구순 어르신이 만드는 ‘사랑의 지팡이’_포커 인쇄 가능한 디자인_krvip

구순 어르신이 만드는 ‘사랑의 지팡이’_베토 바르보사 프레타 들어봐_krvip

[앵커]

자신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직접 명아주 줄기를 말리고 손질해 지팡이를 만들어주는 구순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웃을 돕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할아버지를 이종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백발의 김필용 할아버지가 어김없이 작업장에 나와 나무를 다듬습니다.

겨우내 말린 명아주 줄기입니다.

줄기를 자르고 다듬어 칠을 한 뒤, 말리기를 수 차례.

한달 가까이 작업을 거치면 드디어 건강과 장수의 상징, 명아주 지팡이가 완성됩니다.

[김필용/순창군 구림면 : "돈벌이로 한 건 아니었고, 노인들한테 하나씩 해서 드리면 기뻐하시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한 건 두 해 전인 지난 2천17년.

90년 가까이 사는 동안 이웃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방안을 고심하던 중 뜻밖에 생각해낸 게 바로 지팡이였습니다.

세 해 전 노는 밭에 명아주를 심었고, 이듬해 수확에 나서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해 38개, 지난해에는 백 개의 지팡이를 만들어 이웃에 나눠줬습니다.

이른 봄부터 추운 겨울 지팡이를 만들기까지 꼬박 1년의 정성이 들어가는 걸 아는 주민들은 할아버지의 선물이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한기분/마을 주민 : "작대기(지팡이) 좋아, 제일 좋아 죽겠어. 여기 짚고 다니니까. 남 (김 할아버지) 덕택에, 어른들이 해 줘서, 짚고 다니니까..."]

늦게나마 이웃을 돕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았다는 김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남은 여생, 힘이 닿는 한 지팡이 만드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김필용/순창군 구림면 : "저 양반이 지팡이 준 양반이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몇 번 인사를 받았어요, 그런 인사를. 저도 기분이 좋죠. 내가 한번 더 해야겠다..."]

KBS 뉴스 이종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