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아이들, 가출 그 이후_베토 바르보사_krvip

갈 곳 없는 아이들, 가출 그 이후_온라인 설문지로 돈을 벌다_krvip

<프롤로그>

<녹취> "얼마씩 받아요 한 달에?"

<녹취> "한 달에 한 사람당 10만 원 씩"

<녹취> "남자애들이랑 같이? 방이 몇 갠데?"

<녹취> "방이 하나요."

<녹취>" 사람을 많이 모아서 무슨 조직을 만들어서 어디 사무실 하나를 털자고 거기 털면 3천 정도 나온다고"

<인터뷰> 가출 청소년(19세/남) : "범죄도 많이 해봤고, 돈이 제일 필요하니까 절도같은 거 많이 하게 돼가지고.."

<인터뷰> 가출청소년 대안학교 교장 : " 묻지 말고 따지지 말고 일단 아이들이 먹고 잘 곳을 제공하자, 그게 안 되면 결국에는 나쁜 곳을 찾아가는 거예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오프닝>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청소년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무작정 집을 나선 아이들은 먹고 잘 곳을 찾지 못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전문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가출팸'은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왜 집을 나오고 가출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이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리포트>

학교에 다녔다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일 이 모양.

이 양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4년 전 집을 나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4년 전 가출) : "집에서는 폭행... 부모님이라 신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쉼터를 간다고 해도 부모님한테 연락이 가잖아요."

집을 나온 이후 친구 집에서 생활하다가 2년 전부터는 가출팸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가출팸이란 가출과 패밀리를 합친 말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돈을 모아 방을 얻어서 함께 모여 사는 것을 말합니다.

<인터뷰> 이00 : "(얼마씩 받아요 한 달에?) 한 달에 한 사람당 10만 원 씩 (다른 친구들은 얼마나 됐어요.) 온 지? 남자애들이랑 같이? 방이 몇 갠데? (방이 하나요.)"

이 양이 살고 있는 원룸에 가봤습니다.

이곳에서 이 모양은 20대 초반의 남성 3명과 한 방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김 양은 최근 방송 뉴스 를 통해 최근까지 자신과 가출팸에서 함께 살던 친구들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양과 함께 살던 가출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남성을 유인해 성매매한 뒤, 성 매수 남성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다가 경찰에 적발돼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인터뷰> 이00 (피의자/2월28일 9시뉴스) : "가출 카페를 통해 처음에 같이 살게 되었고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범행을 저지르게 됐습니다."

<녹취> "원래는 사람이 더 있었는데 잡 힌 사람은 적으니까 그래서 뉴스 에서 동영상 보고 알았어요."

이 양은 가출팸에서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이 범죄를 모의하는 것을 듣고, 본인도 가담하게 될까 봐 걱정돼서 그곳을 나왔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람을 많이 모아서 무슨 조직을 만들어서 어디 사무실 하나를 털자고"

<녹취> "정확히는 모르는데 거기 털면 3천 정도 나온다고"

그전에 있던 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자주 겪었다며, 가출팸에선 범죄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신림 쪽에 애들이랑 있을 때는 게네들도 다 따로 일하긴 했어요 범죄 쪽으로 (어떤 쪽으로?) 남(자는) 보도. 호스트바... 그런 식으로 일하고 여여자애들은 조건(만남) 쪽으로 일하고."

실제로 최근 들어 가출팸에서 만난 10대들이 취객들의 지갑을 털고 조직적으로 차량을 훔치는 등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한국 범죄학연구소 선임위원) : "방황하는 단계에서 가출팸 선배를 만나게 돼요. 같이 혼숙하다가 범행을 한번 저질렀는데 검거가 또 안 돼요. 하다 보니까 돈이 벌리거든요. 그러니까 괜찮네 하고서 또 진행하다가 경찰서로 가는 게 일반입니다."

집을 나오는 청소년들은 얼마나 될까??

정부 조사 결과 한 번 이상 가출을 해본 중 고등학생은 전체의 11%로 10명 중 1명꼴로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한해 경찰에 신고된 가출 청소년 접수 건수는 2만 천여 명.

최근 5년 동안 매년 2만여 건의 가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자녀가 가출해도 부모가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가출 청소년 숫자는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관계 기관에선 현재 집을 나와 거리에서 지내는 청소년을 대략 20~24만 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내게 될까.

한 가출 청소년의 일상을 쫓아가 봤습니다.

대전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 군은 부모님과 싸우고 집을 나온 지 10여 일이 지났습니다.

주로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인터뷰> 이 모군(가출 10여 일째) : "5시간, 7시간 하는 것 같아요. (집 나오면 무조건 피시방?) 네. 집 나오면 무조건 피시방이에요. 저는 게임 없이는 못살아요."

하루 한 끼 먹는다는 식사는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이제 라면 지겹지 않았요?) 네, 지겨워요. 저도 싫어요 라면 먹기. 토할 것 같아요."

주린 배를 채운 이 군이 잠을 자기 위해 찾은 곳은 인근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서 내리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복도 계단에 몸을 누입니다.

차가운 바닥에서 아무것도 덮지도 않고 잠을 청합니다.

인파로 북적이는금요일 밤 부천역 북 광장 주변.

화려한 번화가 뒤편에임시 천막이 설치됩니다.

거리의 청소년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심야식당'입니다.

<인터뷰> 심야 식당 활동가 : "가출한 청소년을 위해서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서 시작했고요. 상담이랑 응급지원, 귀가 프로그램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19살 이 모 양.

가출 후 먹고 자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길거리에서 돈 달라고 하고 담배도 사달라고 그러고 막 그랬어요. (잠은 어디서 잤어요?) 잠은 길바닥? 여기서 말고 사람 외진 곳에서 자고"

그러다가 결국 범죄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조건 사기 같은 것도 하고 막 차털이도 하고 그때 당시에 저도 같이 차털이했었고. 그랬었어요. 돈이 너무 필요하고 추웠었어요. 너무."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집을 나오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출 이유를 살펴보면 부모와의 불화 등 가족 문제가 70%를 차지합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나 학교에 다니기 싫어서 등 다른 이유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인터뷰> 김광민(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 "한국사회가 상당히 각박해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면서 가정이 계속 해체되는 가정도 많아지고/가정이 아이들을 어떻게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가출의 동기들이 늘어나는 것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심각한 불화를 겪고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억지로 집으로 돌려보내더라도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을 무조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진규(신림 청소년쉼터 실장) : " 학대에 노출돼서 자라온 아이들이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아동기까지 아이들이 이 학대를 견디고 그래도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보면 붙어있었던 거에요. 근데 이제 사춘기 접어들면서 뛰쳐나온 거죠"

10대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누워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여느 가정집처럼 편하고 깨끗해 보입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입니다.

무료로 먹고 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할 경우 병원 치료와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힘들고 그럴 때 와서 자 고 밥 먹고 돈이 없거나 잘 데가 없을 때, 그때 제일 쉼터에 많이 와요."

무엇보다 범죄의 유혹이 큰 가출팸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집을 나온 청소년에게 쉼터는 아주 유용한 곳입니다.

<인터뷰> " 일단 제 나이도 있고 하니까 범죄를 저지르면 단순한 그걸로 끝나지 않잖아요. 그리너까 범죄를 안 저지르고 어떻게든 제 손으로…."

하지만 가출 청소년 쉼터는 부족합니다.

전국 119개 소에 최대 수용 인원은 천 2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이용하기 어려운 제약도 많습니다.

<인터뷰> "나가는 것 자체도 못하고 담배를 피우더라도 담배히는 시간이 있어요. 밥 시간도 딱 정해져 있고 그걸 지키기가 힘든 거죠. 답답하고 하니까. 그래서 쉼터에 힘들게 들어와도 다시 나가고"

부엌에서 아이들이 함께 점심을 준비합니다.

찌개를 끊이고 밥을 짓고, 한 상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밥을 먹습니다.

15살 때 집을 나와 5년 동안 전국 각지의 쉼터를 떠돌았다는 이 모양.

지난해 8월 이 집에 들어온 다음,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늦게까지 자게 해주니까 몇 시에 자든 몇 시에 일어나든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오든 그런 게 없어요.

한 민간단체가 마련한 이곳은 규율을 최소화한 '자립형' 숙소 입니다.

주거가 안정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이 양은 이제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가 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어요. 전 대학까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출을 일부 비뚤어진 아이들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가출 청소년 대안학교 교장 : "마치 가출 청소년은 다 포기한 것처럼 생각해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바르게 살고 싶어 하고 또 공부하고 싶어 해요. 그걸 어떻게 충족시켜주느냐. 이 시기가 늦으면 안 돼요."

가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른 나이에 어쩔 수 없이 홀로서기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자립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