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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파 알력 재현 가능성·치안 공백 우려 석유 기반 안정회복 전망도‥내년초 혼란은 불가피 연말 미군의 완전 철수로 8년 넘게 이어진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막을 내리지만 이라크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기만 하다. 거의 9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운명을 책임지게 된 이라크로서는 사회 통합과 질서 회복, 경제 발전 등의 과제가 아직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우선 미군이라는 '균형자'가 사라지면서 이라크 내 잠재된 정파와 종파, 부족 간 알력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갈등이 무력 분쟁이나 소규모 민족 국가 건설 운동으로 발전해 현재의 연방 체제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부 주(州) 정부는 천연자원의 개발 주도권을 두고 시아파가 주도하는 연방정부와 대립하면서 준 독립적인 지방정부의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수니파가 다수인 살라후딘 주가 10월 27일 스스로 반자치정부임을 선포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동부의 디얄라 주 역시 성명을 통해 반자치정부 자격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이라크가 단일국가로 존속하는 데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이라크의 새로운 화약고 키르쿠크 지역에서 쿠르드인과 아랍인, 투르크멘인 등 민족 간 대립 격화 가능성은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키르쿠크 지역은 원래 쿠르드인이 다수 거주하는 가운데 아랍인과 투르크멘인이 혼재된 다민족 사회였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사담 후세인은 쿠르드인을 몰아내고 아랍인을 대거 이주시키는 아랍화 정책을 시행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아르빌, 도후크, 술레이마니야 등 3개 주를 관할하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아직 쿠르드인이 상당수 거주하는 키르쿠크를 자치정부에 편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랍인과 투르크멘인은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과 이라크의 해체를 우려하는 뜻에서 결사반대하고 있다. 현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동안 합동순찰을 비롯한 미군의 완충 역할로 봉합된 키르쿠크의 이민족 간 고질적인 갈등이 미군 철수 이후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개전 이래 많은 사상자를 낸 폭탄·총기 테러는 2007년 정점을 이룬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 철수 이후 치안 공백으로 이 같은 테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이라크 내부에서 제기된 '미군 철군 연기' 또는 '일부 잔류'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미군의 장기 주둔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피로감,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중심으로 한 반미 강경 입장은 결국 이런 목소리를 잠재웠다. 여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마저 교육·훈련을 위한 일부 병력을 남기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올 연말까지 완전 철수하기로 해 약 93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군경이 이제 온전히 자국의 치안·안보 유지를 책임지게 됐다. 이라크 군경이 이런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지적과 함께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라크가 각 분파간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면서 보통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버금가는 석유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다. 이라크 정부는 현재 290만 배럴 정도인 하루 석유 생산량을 2017년까지 4배, 즉 1천200만 배럴 가까이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석유 생산 인프라의 부족을 이유로 이라크 정부의 이런 계획에 회의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라크가 막대한 석유자원으로 창출한 부(富)를 토대로 혼란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론 석유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약 15%의 높은 실업률에 물과 전기 공급이 열악한 경제 구조 역시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아울러 이질적인 요소를 잘 융화시키며 중동의 중심국가 역할을 수행했던 이라크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그다드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중동의 학문과 예술, 동서 교류의 중심지였다. 또 폭탄·총기 테러 중 상당수가 미군에 반대하는 세력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미군 철수 이후 이들의 테러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라크의 중장기적 안정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그럼에도 내년 초 미군 없는 수 개월간 이라크는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군의 존재에 항거하는 이유로 테러가 자행되기도 했지만, 미군이 있음으로써 사태 악화가 방지된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박석범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수십년에 걸친 압제와 혼란으로 불신에 익숙해진 이라크 국민에게 예정된 일정대로 이뤄지는 미군의 철수는 신선한 충격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이라크인 스스로 치안을 확보하고 분열을 방지해 안정을 조속히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