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말하는 만연한 괴롭힘 ‘태움’…근본 대책은?_보안 문자에 응답하여 돈을 벌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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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에서 모두 간호사를 만납니다. 그러나 간호사 1명에 환자 20명, 호주, 일본의 최대 5배, 이건 곧바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구좁니다. 이 중심에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 그리고 그 문화인 태움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 스튜디오에 간호사이면서 활동가 한분 모셨습니다. 최원영 간호사, 어서 오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죠. 9년차 간호사라고 들었는데 지금 일하시는 곳이 어디신지요? [답변]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앵커] 태움이라는 문화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 비극이 이어지는 것도 결국은 간호사 업무의 과다인데, 특수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답변] 일단은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뭔가 실수를 했을 때 단순히 불량품을 만들거나 음식이 짜거나 이런 실수가 아니라 정말로 작은 실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곳이 병원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긴장감이 높고,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때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엄청 크게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해도 그게 환자를 위해서, 환자가 염려돼서 그런 걸로 너무 쉽게 포장이 되니까. [앵커] 그게 인정돼버린다 이거죠? [답변] 그런 게 용인되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물론 엄격하게 주의를 줘야 하지만 네가 잘못해서 만약에 환자가 이렇게 됐으면 어떻게 될 뻔 했느냐, 네가 지금 사람을 죽일 뻔한 거야 이런 식으로 비난을 하니까. [앵커] 그 비난이 간호사들에게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거잖아요? [답변] 그렇죠. [앵커] 그런데 그렇게 고통을 느끼다보면 혹시 본인도 나쁜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답변] 이건 꼭 제가 특이해서라기보다 신입 때 동기들과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요. 퇴근길에 도로에 뛰어들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하고, 그리고 1호선에 스크린도어가 없잖아요. 그래서 거길 갈 때 선로 가까이 서는 게 무서웠어요. 저로 충동적으로 뛰어내리고 이럴까봐. 그런 충동이 드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난 진짜 진심으로는 죽고 싶지 않은데...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 특수한, 그리고 굉장히 긴장도가 높은 업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화 때문에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태움이라는 괴롭힘 문화가 꼭 생겨야 될까 싶은데 이건 왜 생기는 건가요? [답변] 흔히 사람들이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잖아요. 사실 내가 여유롭고 하면 신입이 잘 못하고 더듬거리면서 느리게 일을 해도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다시 해보라고 하고 기다려줄 수 있지만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업무를 절대 줄여주지 않거든요. 보는 환자수도 그대로고 업무도 그래로고 평소처럼 똑같이 밥도 못 먹고 뒤치다꺼리까지 해줘야 되는데, 실수하고 느리니까 자기가 조급증이 나고 화를 내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사실 굉장히 괴로운 입장이거든요. [앵커] 그렇다면 혹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책임 문제로 과도하게 어떤 나쁜 괴롭힘이 아니고 힘을 합쳐서 병원을 상대로, 사회를 상대로 이렇게 싸워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문화보다는? [답변] 이게 사실 원인이 되게 단순해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거든요. 인건비를 아끼려고 필요한 인력보다 훨씬 적게 주니까. 예를 들면 중환자실은 선진국 같은 경우는 환자 1명씩 보거든요. 간호사가. 근데 저희는 2명, 3명, 4명 보기도 하고. 일을 2배, 3배 해야 되잖아요. 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인데 인력이 거기에 못 미치니까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든 거죠. [앵커] 이게 그런데 비극으로 이어지고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도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대책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실효성이 없는 건가요? [답변] 저도 보건복지부에서 작년 3월에 발표한 대책을 다 읽어봤는데, 그리고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하는 얘기 들어봐도 저는 정부가 이걸 진짜 해결할 마음은 없다고 느껴지거든요.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진짜 해결책은 간호 인력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우리 의료 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건데 그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니까 병원 입장도, 정부 입장도 예산이 최대한 적게 들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그러나 간호사들은 손해 보는 선택을 하는 거예요. 병원은 인건비 쓰기 싫고, 학교 대학들은 그냥 간호대 정원 많이 뽑아서 등록금 장사 하고 싶고, 정부도 예산 많이 쓰기 싫고... [앵커] 예, 알겠습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간호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이고, 그러다 보니까 ‘태움’의 문화라는 나쁜 문화도 생겼다는 말씀이시고요. 해결책이 시급하게 필요해 보입니다. 최원영 간호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