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고통의 새만금 12년 _그는 이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_krvip

갈등과 고통의 새만금 12년 _내기를 걸고 호랑이를 이기세요_krvip

⊙앵커: 새만금 간척사업은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2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명확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죠. ⊙앵커: 지지부진한 공사지연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구영희 기자가 새만금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바다를 가르며 뻗어 있는 길, 새만금 방조제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조제 4공구공사가 마무리되던 날 방조제 안쪽 계화리 갯벌에는 경운기가 밀려듭니다. 일부 트인구간으로 바닷물에 실려온 조개와 게를 잡는 주민들입니다. 전에는 반나절만 해도 망태가 그득했는데 방조제 공사로 물길이 점점 막히면서 어패류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황영자(계화리 주민): 땅이 높아지니까 상합이 있지 않아요. 고기가 얼마나 흔했다고요. ⊙기자: 그래도 이곳은 아직 생활의 터전입니다. ⊙이순덕(계화리 주민): 이 갯벌은 나오면 돈이 있으니까, 내 저금통장, 나뿐만 아닌 여기 주민들 모두의 저금통장이에요. 그런데 이 저금통장을 거저 가져간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기자: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이 예정대로 완료가 된다면 이곳에서는 이런 백합도 그리고 조개를 캐는 주민들의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한때 김양식과 가공으로 활기가 넘쳤던 계화리 인근 돈지2리. 새만금 사업 이후 마을은 활력을 잃었습니다. ⊙오영진(돈지2리 주민): 김이 없으니까... ⊙기자: 물론 떠난 주민들은 대부분 생업을 포기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았지만 남은 주민들에게 마을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돈지2리 주민: 여기서 뭐 해 먹고 살 게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기자: 새만금 이후에 달라진 게 있나요? ⊙돈지2리 주민: 동네가 죽어버렸어요. ⊙기자: 방조제 바깥쪽에 사는 어민들도 피해는 큽니다. 방조제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비안도. 상당수 배들은 출항도 하지 않고 선착장에 매여 있습니다. 방조제 틈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세져 고기도 안 잡히는 데다 어구까지 망가진다고 합니다. ⊙최준기(비안도 주민): 그 전에는 멸치가 잘 잡혔어요. 잘 잡혔는데 지금은 유속이 빠르니까 그물이 견뎌내지 못해요. 새만금 방조제를 막아놓으니까 물이 돌아요, 돌아. ⊙기자: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방조제 안쪽 주민들과는 달리 새만금 간척사업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방조제가 완공되면 물살도 정상을 되찾고 관광객도 많아져 다른 돈벌이까지 생길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이두산(비안도 주민): 빨리 막아야죠, 어민들이 살기 괜찮죠. ⊙기자: 주민들의 찬반 양론 속에 새만금 간척사업이 지연되면서 국가와 시공사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파도에 유실된 방조제를 보수하느라 4900억 원이 들었고 인근 산은 돌을 대주느라 싹뚝 잘려나갔습니다. ⊙이관복(새만금 방조제 시공사 공사부장): 큰돌들이 빠져나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게 전단면에 걸쳐서 이런 유실이 있기 때문에 조속히 사업이 완성돼야... ⊙기자: 21세기 번영을 약속한다며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새만금 사업은 갈등과 고통의 씨앗으로 남아 있습니다. KBS뉴스 구영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