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금융에 금리 인하까지…남은 처방은? _베테 비에이라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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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단기 금융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별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등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온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녹아내릴 듯한 위기감이 증폭됨에 따라 8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동보조를 맞춰 정책금리를 일제히 인하한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과 금융회사에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패닉(공황) 상태에 가까운 시장심리를 진정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동시다발 금리인하가 약발이 들을 것인지 여부다. 이는 앞으로 며칠간 시장움직임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의 희망대로 증시의 투매양상이 진정되고 시장심리가 안정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가 더욱 증폭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마지막 남은 카드로 여겨져온 금리인하에도 시장이 꿈쩍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과거 대공황 시대에나 사용됐을 법한 극약처방에 가까운 조치가 있을 뿐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불거지자 연 5.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씩 급격히 낮췄지만 시장을 안정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올해초부터 더 이상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연 2.00% 수준에서 금리를 묶어 놨다. 이는 소폭으로 금리를 인하해봤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과감하게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 이후 FRB는 시장위기 수습을 위해 해볼만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 올해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FRB는 손실리스크를 부담하면서 JP모건체이스에 베어스턴스를 인수시키는데 막후 역할을 담당했다. 이어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FRB의 대출창구를 개방, 자금지원을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도 단행하는 등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금융회사들에게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심지어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기업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섰다. 금융회사에 이어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FRB가 자금공급의 원천 역할을 떠맡은 것이다. 여기에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리인하까지 동원했으니 이제 남은 카드는 거의 바닥난 셈이다. 만일 시장심리가 진정되지 않고 계속 악화된다면 일단 FRB로서는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04년 연방기금금리가 연 1.00%까지 떨어진 적이 있으니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앞으로 금리를 0.50% 포인트 추가 인하할 여지는 있다. 그때보다 사정이 더 절박하다면 1.00% 밑으로도 낮추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정책금리가 0(제로)%까지 떨어지면 돈을 마구 찍어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살포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지론은 중앙은행으로서의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이론상 무제한이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FRB가 무한정 돈을 찍어내 구제금융을 단행할 수는 있지만, 마구 풀려나간 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FRB의 발권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남은 방책은 FRB가 현재 동원 가능한 재원으로 개별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면서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것뿐이다. 이는 지금도 FRB가 해오고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의 진앙인 모기지를 대수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선후보는 7일 밤 TV토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대출금 상환에 애로를 겪고 있는 주택보유자들로부터 모기지를 사들여 이를 고정금리로 조건을 변경,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3천억달러 정도면 된다고 매케인은 설명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의 글렌 허바드 학장과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도 집값 하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모기지 차환대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전례없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FRB가 아니라 행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위기수습을 위해 취해질 수 있는 조치들은 이처럼 모두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상대책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