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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치매'에 걸렸다고 하면 기억력이 손상되면서 학습 기능을 잃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치매가 악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뛰어난 예술적 학습능력을 보이는 '전두측두엽 치매'도 간혹 있다.

이런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독특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돼 눈길을 끈다.

27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팀에 따르면 서서히 진행된 성격의 변화와 이상행동으로 병원을 찾았던 58세 남성이 지난 2009년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을 받았다.

전두측두엽치매는 판단과 계획,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과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에 발생하는 치매의 한 형태로, 일반 치매와 달리 기억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치매인 줄 모르고 지나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환자의 경우 원래 내성적이고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병원을 찾기 3년 전부터 자주 화를 내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또 이따금 공격적으로 성격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 환자는 다니던 회사에서도 일상적인 업무가 어려워져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후 병원을 찾아 전두측두엽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는 아내의 권유로 2010년부터 처음으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손을 쓰면 치매 개선에 좋겠다는 아내의 생각에 동네 색소폰 학원에서 매일 2시간씩 색소폰을 배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반 정상인보다 색소폰을 습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반복적인 학습과 노력으로 약 1년 후에는 오히려 다른 학원생들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이 발휘돼 약 10여곡의 곡을 스스로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또 악기 연주를 배운 후에는 공격적인 성향도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료진은 미술과 작곡 분야에서 일했던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중 극소수가 치매 진단 후에 더 뛰어난 예술적 능력을 발휘했다는 보고가 외국에서 나온 적은 있지만, 음악을 전혀 배우지 않았던 환자가 치매 진단 후 음악적으로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인 것은 국내외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환자는 처음 치매 진단 후 4년여가 지난 2014년에는 색소폰을 불지 못할 정도로 다시 치매가 악화됐다고 한다.

의료진은 50대 후반 이후 나이에 갑작스럽게 우울감이나 의욕저하, 분노 등의 감정변화가 생기거나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못 알아들으면서 아이처럼 행동한다면 전두측두엽 치매를 의심해보라고 조언했다.

조한나 교수는 "치매 환자라고 해도 드물게는 새로운 학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보다도 학습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음을 보여주는 희귀 케이스"라며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하는 음악치료가 전두측두엽 치매에 대한 인지재활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뉴로케이스(Neurocase)' 1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