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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국기를 단 운동장에서 청군, 백군으로 편을 갈라서 응원했던 가을 운동회, 기억나십니까? 그런데 한 학교에서 야간에 이 운동회 행사를 치러서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운동회를 치른 곳이 있다고 합니다. 가을밤의 운동회, 한경택 프로듀서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원도 평창군의 한 시골 초등학교. 오늘은 이 학교에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전교생이라고는 모두 해서 30명. 선생님도 단 4명 뿐인 작은 운동회입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서로의 실력을 겨루기도 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그 동안 연습해 온 사물놀이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운동회하면 빠지지 않는 종목은 달리기. 승찬이와 태훈이는 같은 3학년입니다. ⊙기자: 키 차이가 나는데 이길 자신 있어? ⊙인터뷰: 네. ⊙기자: 출발 호각소리에 있는 힘껏 달리는 승찬이와 태훈이. 아이들의 응원소리도 즐겁습니다.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엄마들도 응원에 나섭니다. 결국 키 작은 승찬이가 덩치 큰 태운이를 이깁니다. ⊙기자: 잘 뛰었네? ⊙최승찬(가평초등학교 3년): 키는 작아도요, 잘 뛰어요. ⊙한태훈(가평초등학교 3년): 분해요. ⊙기자: 왜 분해요? ⊙한태훈: 키 작은 놈한테 져서요. ⊙기자: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달리기 시합을 할 때 고학년과 저학년 학생이 같이 뛸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경우 경기에 진 저학년 학생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영미(가평초등학교 4년): 제가 수가 작아서 언니들하고 달리기하면 제가 져서 불만이 있어요. ⊙박미희(가평초등학교 교사): 지게 될 경우에는 언니랑 뛰어서 졌어요, 하고 얘들이 불평하는 애들이 참 많아요. 그런 건 좀 볼 때 선생님이 볼 때 안타깝죠. ⊙기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운동회. 모처럼 운동장을 달리며 옛 추억에 빠져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작아져버린 운동회. 온통 사람들로 북적대고 들썩이던 옛 운동회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송석환(67살/주민): 너무 작으니까 쓸쓸하잖아요. 많아야지 분위기가 확 잡히고 좋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학생이 작으니, 인구수가 작잖아요. 그러니까 분위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좀 서운하지. ⊙인터뷰: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기자: 충북 단양시 적성면의 대가초등학교에서는 오늘 특별한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농번기라 운동회에 참석하지 못 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올해는 특별히 운동회를 야간에 갖기로 한 것입니다. 학생수 44명의 작은 시골학교 운동회. 하지만 처음 있는 야간 운동회라 학생들의 기대도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119구급대까지 출동했습니다. ⊙이강희(제천소방서 대원): 야간에 운동회를 한다고 그래 가지고 안전사고나 아니면 여기 지역 주민들이 많이 모여서 사고예방 차원에서 왔습니다. ⊙기자: 작은 올림픽답게 성화봉송으로 야간 운동회의 화려한 막이 올랐습니다. 첫 종목은 60m 달리기. 야간에 이루어지는 경기이기 때문에 곳곳에 조명등까지 설치했습니다. 오랜만에 해 보는 줄다리기 경기.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있는 힘을 다합니다. 늦은 밤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운동회를 하다 보니 하루의 피곤함도 씻은 듯 사라집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많이 참석해 기쁘기만 합니다. ⊙학생: 부모님들 다 오시니까 모여서 운동회를 하니까 되게 재밌어요. ⊙기자: 낮에 하던 운동회에 비해 이번 운동회는 유난히 많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낮에 했다면 오지 못 할 많은 손님들이 직접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퇴근길에 들른 학부모를 비롯해 학교가 끝나고 들린 졸업생 등 마을 일주민 대부분이 참석해 한바탕 마을잔치를 벌입니다. ⊙권오성(학부모): 이렇게 야간에 할 줄 몰랐어요. 지금 퇴근하고서 온 건데 너무 좋네요. ⊙차정숙(학부모): 작년에도 이렇게 많이는 안 모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 모이고 또 여기 졸업한 애들도 학교 끝나고 또 와서 구경하고 하니까 재미있어요. ⊙기자: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면서 열기를 더해가는 야간 운동회. 대가초등학교의 이 특별한 운동회는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의 장이 됐습니다. KBS뉴스 한경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