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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0분. 흰 연기가 병원 안을 서서히 휘감더니 불과 1분여 만에 시뻘건 불길이 번졌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15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대형 화재 참사' 밀양 세종병원, 대피·탈출로 없었다

화염보다는 연기와 유독가스에 따른 인명피해가 컸던 사고. 조사를 해보니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해 환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습니다. 화재 초기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 역시 없었습니다. 환자 일부는 침대에 팔이 묶여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재빨리 대피·탈출할 수 없었던 이유가 병원 곳곳에서 발견된 겁니다.

경찰 수사 결과 세종병원은 이사장이 비영리 법인을 사들여 불법으로 운영한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고용 의료인 등을 앞세워 불법 개설·운영하는 불법기관을 말합니다. 이들 기관은 수익 증대에 집중해 환자의 치료와 안전 관리는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는 질 낮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한다는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9년간 적발한 사무장병원(1,273곳)과 일반 의료기관(120,114곳)을 비교해 봤더니 의료 서비스의 질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 비율 9.3%p↓…주사제 처방률 4.7%p ↑

먼저 의료인 비율입니다. 일반 병·의원은 전체 직원 대비 27.5%가 의료인이지만, 사무장병원은 18.2%로 9.3%p가 낮았습니다. 주사제 처방률은 사무장병원이 37.7%로 일반 의료기관 33%보다 4.7%p 높았고, 항생제 처방률도 43.9%로 일반 의원 37.8%보다 6.1%p 높았습니다. 장기 입원 일수는 일반 병·의원보다 1.8배 많았습니다. 의료인은 적게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과잉진료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건강상의 이상이 없는 가족과 지인 등을 환자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속이거나, 입원 환자의 입원 기간을 늘리는 수법을 쓰는 곳도 있습니다. 이래야 돈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국민 혈세' 건강보험 재정 2조 5천억 원 사무장병원으로 새나가

그렇다면 이들 사무장병원이 챙겨가는 돈, 누구 돈일까요?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도 일부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건강보험의 재정입니다. 건보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이 같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기관 1,531곳을 적발했는데 이들 기관으로 흘러들어 간 건보 재정이 약 2조 5천억 원이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 2조 5천억 원이 불법 기관에 새나갔던 것입니다.


이를 모두 환수하기 위해 건보공단이 행정 조치를 했지만, 실제 환수된 금액은 1,700억 원. 6.7%에 불과한 환수율입니다.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수사하는 기간이 평균 11개월가량 걸리는데 그 사이 명의를 바꾸고 잠적하거나 재산을 숨겨 도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발이 되도 숨어버리면 그만. 건보재정의 환수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무장병원 해가 갈수록 기승…복지부 "자진 신고하면 처벌 감면"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일까요? 사무장병원은 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이 적발한 사무장병원은 2009년 6곳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 44곳, 2017년엔 239곳으로 늘었고 2018년에도 170곳에 달했습니다. 사무장병원이 불법으로 청구해 받아낸 진료비에 대한 환수 결정 금액도 2009년 5억 5천억 원에서 지난해는 6천4백억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사무장병원에 고용되거나 면허를 대여한 의료인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 또는 감경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복지부는 이 내용을 담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 예고했습니다. 의료 질서를 어지럽히고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위해 내부자 신고를 활성화하려는 방안입니다. 또 사무장병원 의심기관에 대한 단속을 거부할 경우, 행정처분을 기존 업무정지 15일에서 업무정지 6개월로 강화하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등 사무장병원이 불법 개설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안을 밝혔습니다. 또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기관 없이 직접 사무장병원을 단속 조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가로막혀 실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자진 신고를 이끌어 내 단속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이번 대책은 과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