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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올릴 거 세금 인상 날짜 맞춰서 올리는 거죠."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절반으로 축소한 첫날, 서울의 A 주유소 사장은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10원 올렸습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리터당 65원 늘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값을 올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업주는 세금 '때문에' 기름값을 올린 거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세금 인상 날짜에 '맞춰서' 올린 것이죠.

사실 주유소들이 어제, 오늘 기름값을 올린 것은 유류세 인상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유류세는 정유사 공장에서 기름이 출고될 때 붙습니다. 주유소들이 판매하는 기름은 보통 일주일~열흘 전에 정유사 공장을 빠져나온 물량이죠. 그러니까 주유소에서 어제, 오늘 판매하는 기름엔 대부분 '인상 전'의 유류세가 매겨졌단 얘기입니다.


리터당 65원 이상으로 올린 주유소가 많은 곳 'SK에너지'

뉴스에서 "유류세가 오른다"고 말한 시점에 딱 맞춰 기름값을 올린 곳은 얼마나 될까요? 소비자단체 에너지 석유시장감시단이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사이트 오피넷의 자료를 토대로 조사해봤더니, 전국 주유소의 56%가 7일 '총알같이' 휘발윳값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첫날 내린 곳은 25%에 불과했는데 올릴 땐 참 빨랐습니다.

가장 많이 휘발윳값을 올린 곳은 경기도 광명시의 SK에너지로 전날 대비 리터당 360원을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정유 4사 브랜드 주유소들은 '총알 인상'을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A 주유소처럼 세금 인상분인 리터당 65원 이상 휘발유 가격을 올린 주유소는 전체 10.46%나 됐는데, 브랜드별로 보면 SK에너지가 10.95%로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뒤를 이었습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SK에너지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수가 가장 많고, 자영주유소 비율도 높다"면서 "직영주유소는 본사에서 가격 통제가 이뤄지지만, 자영주유소는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자영주유소 비율이 높은 SK주유소의 인상 폭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수상표 주유소가 가격 덜 올려...'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급등

그렇다면 '알뜰주유소'는 어떨까요? 65원 이상 기름값을 올린 주유소 비율은 알뜰주유소가 3.14%로 정유 4사보다 월등히 낮았고, 농협 주유소(8.05%), 자가상표 주유소(6.29%), NC 주유소(0%) 등 소수상표 주유소도 인상폭이 작았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65원 이상 올린 곳이 40%를 넘었고,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올린 곳을 합하면 인상 비율이 90%에 달했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공급 구조상의 차이입니다. 알뜰주유소 협회 관계자는 "일반 알뜰주유소의 경우 한국석유공사에서 조달받는 물량이 70~80%에 달하는 반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공급 물량이 3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유사에서 자체적으로 공급받는다"면서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물량이 많다 보니 가격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름탱크 크기의 차이도 원인이라고 합니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경우 일반 주유소에 비해 기름 저장탱크가 작아서 미리 저장해둔 기름이 빨리 소진되기 때문에 인상도 더 빨리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내릴 땐 '굼벵이' 올릴 땐 '총알'...정부 "가격 개입 불가"

기름값 급등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유소들의 '총알 인상'을 제어할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는 "석유시장은 자유화되어있어 정부가 함부로 개별 주유소 가격에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석유협회와 석유공사, 도로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모니터링을 같이 하며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지 않도록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또 석유공사가 물량을 공급하는 알뜰주유소의 가격을 낮춰 전체 석유 가격 진정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알뜰주유소의 비율이 전체 10%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정유사들은 정부 방침에 맞춰 직영주유소에서 유류세 환원분을 서서히 반영하겠다고 했는데요, 직영주유소의 비율 역시 전체 주유소의 10%에 불과합니다.

정부 희망과 달리 지금 시장에서 가격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직영이나 알뜰이 아닌 자영주유소입니다. 이서혜 에너지 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특히 비싼 주유소들이 가격을 인하할 때 거의 인하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가격이 올라갈 때 즉시 반영을 해서 올려서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서히 오를 것" 현실과 달라...대책 마련해야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이틀째인 8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511원을 돌파했고, 서울은 1,605원을 넘어섰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곳도 속출했습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들썩이고 있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은 8월 말이면 모두 환원돼 또 한차례 기름값 급등이 예상됩니다.

이번 유류세 인하분 일부 환원 시행을 앞두고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유류세 환원 전의 비축분이 있으니 주유소 기름값에 서서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인상과 유류세 인하분 환원 시기가 맞물려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상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으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