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꼭 보자” 전주영화제 추천작 _고통도 없고 이득도 없다 토렌트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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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크고 작은 규모의 국제영화제는 많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 속에 설레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의 향연을 찾는다면 단연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꼽을 수 있다. 올해로 아홉 번째로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1~9일 '자유, 독립, 소통'을 주제로 전 세계 40개국에서 날아온 영화 195편을 준비하고 봄 손님을 맞이한다. 상영작이 200편에 가까우니 아흐레 내내 전주 영화의 거리를 헤맬 시네필이나 하루 짬을 내 축제를 즐기러 온 평범한 손님이나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관객을 위해 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로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정수완 프로그래머와 영화의 작품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기는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추천작을 소개한다.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 추천작 ▲컨티넨털(Continental, A Film without Gunsㆍ2007) = 캐나다 스테판 라플뢰르 감독의 작품. 한 남자가 실종되면서 삶이 미묘하게 얽히게 되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 코미디. 갑자기 남편이 실종되자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가족과 떨어져 호텔에서 생활하는 보험 외판원, 이혼한 후 혼자 살지만 사랑을 끊임없이 기다리는 호텔 리셉셔니스트, 치과 치료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잡동사니 가게의 노인.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네 사람이지만 이들은 모두 극도로 외로운 도시의 사람들이다. 원래 '컨티넨털'이라는 제목은 어긋난 관계 속의 외로운 네 사람이 우연한 사건을 통해 연결돼 가는 과정을 뜻하는데, 실제로 이들의 삶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소도구나 사건들을 발견해가는 재미는 이 영화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2007년 캐나다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런던에서 온 사나이(The Man from Londonㆍ2007) =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벨라 타르 감독의 신작. 기존의 추리소설과 달리 사건보다는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 원작이 벨라타르의 독특한 롱테이크와 만나 새로운 범죄영화를 만들어낸다. 흑백에 마치 무성영화처럼 조용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40년대 미국의 필름 느와르를 오늘에 되살려낸 것 같다. 이야기가 아닌 빛과 그림자를 통해 영화는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배에서 내려 기차로 옮겨 타는 사람들을 찍은 13분짜리 롱테이크는 영화의 압권이다.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Runnin' Down a Dream:Tom Petty and the Heartbreakersㆍ2007) = 미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피터 보그다노비치가 만든 기록영화. 톰 페티가 직접 내레이터로 나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그룹의 결성과정, 음악활동, 멤버 간의 우정 등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의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의 주옥같은 레퍼토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지 해리슨, 스티비 닉스, 에디 베더 등 전설적인 로커들의 인터뷰, 조니 뎁과 브리트니 머피 등 연예계 인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258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음악과 영화의 즐거운 만남! ▲서커스단의 예술가들(Artists under the Big Top:Perplexedㆍ1968) = 알렉산더 클루게의 작품 중 가장 난해한 것으로 손꼽히는 이 영화는 1968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뽑히면서 그 실험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대중의 구미에 맞춰 행동하는 동물들을 보여주는 서커스가 아닌 동물들이 그들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적인 서커스를 만들고자 하는 서커스단장 레니의 이상이 재정 문제와 관객, 단원들의 몰이해 탓에 실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의 영화 만들기에 대한 태도를 서커스에 은유하여 만든 자아성찰적인 영화. ▲빨간 풍선(The Red Balloonㆍ1956), 야생마 크랭블랑(White Maneㆍ1953) = 프랑스 알베르 라모리스 감독의 단편영화 2편으로 1953년과 1956년에 칸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대만 허우샤오셴 감독의 2007년 동명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빨간 풍선'은 전 세계 어린이날 단골 프로그램. 감독의 친아들이 연기한 어린아이와 그 곁을 따라다니는 빨간 풍선 사이의 우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야생마 크랭블랑'은 빨간 풍선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로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소년과 길들지 않은 야생마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추천작 ▲오토히스토리아(Autohystoriaㆍ2007) = 필리핀 혁명당 카티푸난의 창설자인 보니파쇼와 그의 동생 프로고피오는 라이벌 당에 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유로 기소된다. 라이벌 당의 대표는 나중에 필리핀의 초대 대통령이 된 에밀리오 아구이나르도이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된 흑백 트래킹 숏, 극히 절제된 대사, 시종일관 어둡고 화면에 개입하지 않는 카메라 등 영화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간다. 역사를 어떻게 개인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라야 마틴 감독의 깊은 고민이 담긴 작품.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Some Photos in the City of Sylviaㆍ2007) = 스페인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실험영화. 22년 전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만났던 여자를 잊지 못해 그녀가 살던 도시를 방문해 찍은 사진과 자막으로 이뤄졌다.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했고, 이름을 스페인어식으로 발음해 실비아라 불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간호사가 될 예정이었다는 세 가지가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노천 카페와 미술관, 거리의 사람들을 담은 사진에는 22년이 흐른 뒤 한 여자의 얼굴을 찾으려는 감독의 노력과 더불어 생생한 도시 분위기가 담겨 있다. ▲무용(Uselessㆍ2007) = 중국 자장커 감독의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로, 옷을 매개로 인간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채취한 다큐멘터리. 광둥 지역의 의류공장과 디자이너 마커, 산시성 양장점에 드나드는 광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용'은 대량생산에 맞서 핸드메이드로 만든 각각의 옷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는 신념을 가진 디자이너 마커의 최신 브랜드 이름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63 Years Onㆍ2008) = '상계동 올림픽' '송환' 등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김동원 감독이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담은 다큐멘터리.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대가 주둔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위안부가 존재했고 어린 나이에 군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강간당했던 이들은 끔찍한 기억을 봉인한 채 63년을 살아왔다. 한국,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각지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허니드리퍼(Honeydripperㆍ2007) = 미국 존 세일즈 감독의 영화. '허니드리퍼'는 달콤한 그대라는 뜻의 흑인 속어로, 1945년에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8주 연속 1등을 차지했던 전설적인 곡의 제목이다. 앨라배마 시골 마을의 클럽 허니드리퍼에 의욕적인 젊은 기타리스트 샘이 들어오며 부채에 시달리던 클럽은 활기를 띤다. 목화 따는 흑인들의 거친 삶에 잠재돼 있는 폭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흥겨운 로큰롤의 리듬과 함께 녹아내려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 2007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시나리오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