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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이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길고 긴 진통 끝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추대키로 했다. 강신호 회장은 19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회장단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2월 6일 강 회장이 3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보름 만이다. 전경련은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내분에 시달려야 했다. 전경련 차기 회장 문제가 언급된 것은 작년 말부터였지만 이미 연임을 한 강신호 현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일찌감치 난항이 예상됐었다. 차기 회장감으로 언급된 주요 그룹 회장들은 기업 현안이나 개인적인 사정 등을 핑계로 고사했고,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공개적으로 추천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와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이번에도 강 회장이 한 번 더 연임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회장단도 강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전경련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강 회장의 3연임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강 회장 본인도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의 경영권 갈등과 동아제약의 작은 기업 사세, 고령 등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차기 회장직 수락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지는 않아 대세는 강 회장의 3연임으로 굳어져 갔다. 그러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경련의 개혁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전경련 부회장직을 사퇴하자 강 회장은 3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야 했고, 전경련 차기 회장 선출 문제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강 회장 다음으로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떠오른 후보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다. 조 회장은 재계의 맏형격에다 대외 활동도 활발해 강 회장의 연임 포기에 따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별 무리 없이 전경련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전경련 차기 회장을 결정짓는 총회가 열리기 직전 갑자기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내부 갈등설이 확산되면서 '조석래 카드'도 불안해졌다. 이번에는 대림산업 이준용 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이 회장은 정기총회에 신변 발언을 자처, 마이크를 잡고 "나이가 70이 넘으면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 저도 65세를 넘긴 이후에는 전경련 회장 제의가 들어와도 하지 않겠다고 한결같이 말했다"며 사실상 조 회장을 겨냥한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그날 총회에서 전경련 차기 회장 선출은 수포로 돌아갔고, 전경련은 차기 회장 문제를 다시 의논해야 했다. 사실 총회 이후 회장단의 논의는 조석래 회장이 아닌 새로운 회장 후보를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차기 전경련 회장에 조석래 회장이 돼야 하는 당위성을 알리고 보다 많은 회장단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강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조 회장은 지난번 총회 때 회장 전형위원회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경련 내부에서는 이미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고 조 회장 이외에 다른 대안도 없었으며, 다만 보름의 시간이 더 걸린 것은 반대파를 설득해 만장일치 회장 추대라는 형식을 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20일 또다시 이변이 발생하지 않으면 조 회장이 무난히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회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깊은 갈등의 골을 수습하는 것이 전경련에는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