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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80톤' 재활용 선별장 가 보니

빈 즉석밥 용기와 양념이 묻은 컵라면 용기, 요즘 매일 하나씩 쓰는 일회용 마스크까지…. 모두 일상에서 자주 보게 되는 쓰레기죠. 그런데 이 중 다시 쓸 수 있는, 즉 재활용되는 건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재활용이 안 됩니다.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들인데 재활용이 안 되는 이유, 하루 80톤 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서울 강남의 한 재활용 선별장 현장 직원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 ① 더럽거나 ② 가볍거나 ③ 섞였거나

재활용 선별장엔 각종 페트병과 일회용 용기를 비롯해 비닐을 가득 채운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시민들이 재활용이 될 거라 생각하고 따로 분류해 내놓은 쓰레기였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 넘게 지켜보니, 컨베이어 벨트로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다시 버려졌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떡볶이나 닭 뼈 등이 그대로 들어있던 배달 음식 용기와 국물이 찌든 컵라면 용기였습니다. 모두 재활용이 안 됩니다.

선별장의 한 직원은 "포장 용기는 음식물이 비워진 깨끗한 상태여야만 재활용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배달이용이 많아져서인지 음식물을 함께 버리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나온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
커피 전문점에서 포장 주문을 할 때 받게 되는 플라스틱 컵도 대부분 다시 쓰지 못합니다. 플라스틱 컵은 페트(PET)보다 가벼운 폴리프로필렌(PP) 소재입니다.

선별장 직원은 "일회용 컵은 무게가 가벼워 파쇄 뒤 씻는 과정에서 물에 뜨는데, 이걸 걸러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도 없어 재활용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햇반 같은 즉석밥 그릇은 깨끗한 상태라 하더라도, 재활용이 안 됩니다. '플라스틱 OTHER'로 분류되는 즉석밥 용기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혼합 플라스틱이라 다른 제품으로의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일회용 마스크 역시, 플라스틱 성분이 소량 들어가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소재가 섞여 재활용이 안 됩니다.

정리해보면 너무 더럽거나 혹은 지나치게 가볍거나, 다른 성분과 섞였을 경우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 플라스틱 재활용률 22%, 안 쓰는 게 최선

환경부는 국내에서 종이와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배출률이 69.1%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통계에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재활용 선별 업체에 전달되는 비율만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선별 업체로 간 쓰레기가 얼마만큼 다시 버려지는지는 계산하지 않은 겁니다.

이에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국내 연구진과 자체 조사를 통해 새로운 수치를 밝혀냈습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소각되는 비율을 빼고,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경우만 계산했더니 재활용률이 22.7%에 그쳤습니다.

우리가 다시 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쓰는 플라스틱 대다수는 실질적으로 재활용되지 않는 셈입니다.

재활용품으로 분류되지 못한 쓰레기.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처럼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이 낮은데도 우리 국민 1명당 매년 페트병 96개, 플라스틱 컵 65개, 비닐봉지 460개를 사용합니다.

이 정도 양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하기까지 전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24kg에 달합니다. 국민 한 사람당 30년산 소나무를 매년 세 그루 반 이상 없애는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거해 재활용하려는 집단적,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회용품은 가능한 안 쓰는 편이 환경에 최선이란 겁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는 상점들
■ 실천하는 시민…"일상부터 바꿔요"

서울 연희동의 상점 50여 곳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캠페인처럼 일주일에서 한 달 동안 일회용품 없이 손님에게 물건을 파는 건데, 호응이 좋다 보니 캠페인 기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가게가 자발적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회용 팩이나 컵, 비닐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권장하는 방식입니다.

캠페인을 가장 먼저 제안한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 안의 환경이 변해야, 제로 웨이스트(일회용품 없애기) 일상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5년 전,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손님이 많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 대표는 "오셨던 손님 중 한 분이 '생각보다 소비자는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규제나 기업차원에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변화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탄소 중립'과 '제로 웨이스트(일회용품 안 쓰기)'가 시대적 키워드가 된 지금, 나부터 바꿔보자는 작은 구호에 시민이 응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