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까”…설레는 이산가족_베토 페르난데스 교수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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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손이라도 붙잡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묻고 싶어요. 여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어젯밤에는 설레서 잠도 설쳤어요." 전날 북한이 우리 측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전격 제의함에 따라 우리 측 이산가족 상봉자로 결정된 이오환(85) 할머니는 25일 관악구 신림동의 자택을 방문한 정홍원 총리에게 연방 "감사하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이 할머니 가족을 찾아 "위로를 드리러 왔다. 대통령께서도 굉장히 가슴 아파하시고 늘 기회를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다"며 "정부의 상봉계획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북측과) 접촉하고 상의를 잘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만날 두 여동생(옥빈·옥희씨)은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황해도 연백군에서 나고 자라 결혼까지 했다. 남편도 같은 황해도 출신이었다. 부부는 6·25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어느 날 남쪽으로 내려와 인천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전쟁이 났다. 친정 부모는 미처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그렇게 친정부모, 고향과 생이별을 했다. 1·4 후퇴 당시 세살 난 딸 조숙자(67)씨와 갓 나은 아들 의용(64)씨를 데리고 부산으로 피란가는 배를 탔다. 피란을 떠나려고 할 때마다 진통이 와 아이를 낳은 뒤에 간신히 잡은 마지막 배였다. 딸 숙자씨는 "어머니가 이북에서 내려와 전쟁을 겪으면서 많이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부산에서 아들 하나를 더 얻어 2남1녀의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북에 남겨 두고 온 친정부모와 남동생·여동생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스무살 남짓 된 꽃다운 새신부가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가 될 때까지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혈육의 정은 잊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에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 할머니는 "명절 때는 특히 이북에서 고생하는 동생들 생각이 난다. 얼마나 배가 고플지 가슴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영화를 봐도 이북 풍경이 나오면 '언제나 저기 한번 가볼까' 싶었는데 이번에 진짜로 소원이 이뤄질 것 같아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예정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행사를 연기하는 바람에 많은 이산가족이 크게 실망했다. 아들 의용씨는 "그때 어머님이 크게 기대했다가 결국 못 가게 되는 바람에 며칠을 병상에 누워계셨다"며 "이번에는 상봉행사가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동생들을 만나면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신 날짜를 물어서 추도식이라도 올려 드리고 싶다. 그리고 동생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얼싸안고 울고 싶다. 뭐든지 다 갖다 주고 싶어서 선물도 많이 사놨으니까 동생들을 만날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할머니는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