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위해 같은 영화 100번은 봐야”…‘음악 감독’ 이지수의 끝없는 ‘도전’_필기체 베토_krvip

“작곡 위해 같은 영화 100번은 봐야”…‘음악 감독’ 이지수의 끝없는 ‘도전’_라이브 카드 포커_krvip

사진제공: 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클래식 작곡가라기보다는 이젠 '영화음악 감독, 작곡자'로 더 유명해진 이지수 감독은 현재 모교인 서울대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OST뿐만 아니라 KBS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 OST 작업에 참여한 것이 벌써 20년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작곡을 시작해 엄밀히 말하면 30여 년 정도 작곡을 해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전통 음악과 클래식을 아우르는 작곡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바쁜 일상은 여전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감독과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를 보내 질문 시간을 최소화했고 코로나 19 방역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여의도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주로 작업하는 영역이 영상 음악 작곡 쪽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작업 플랫폼이 어떻게 보면 극장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로 많이 넘어갔어요. 코로나 초기에 작업했던 영화들은 아직 개봉을 못 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고,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OTT 음악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 영역이 조금 이동했을 뿐, 평일에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그 외에는 개인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일상입니다."


한류 열풍을 주도한 KBS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 OST와 애니메이션 작업 중에 이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수 있는데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작업한 '아리랑 콘체르탄테' 앨범에 가장 애정이 있습니다. 어떤 영화, 영상을 위한 음악을 작업할 때는 창작의 자유에 한계가 있지만, '아리랑 콘체르탄테' 같은 콘서트 음악을 위한 작업은 오롯이 저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어서지요. 특히 최고로 평가받는 오케스트라, 스튜디오에서의 녹음은 제가 여지껏 경험한 음악 인생에서 최고의 음향과 연주를 느낀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최근에 서울비르투오지 챔버오케스트라(음악 감독 이경선)와 함께 '클래식, 벽을 허물다'란 주제로 의뢰를 받아서 작곡한 곡을 전통 악기들과 함께 선보인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힘을 '비우는 것'에서 얻는다고 밝혔습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좋은 음악'을 찾아 듣는 일반인들과 달리 그는 쉬는 시간 만큼은 음악을 듣지 않고 비우는 데 집중한다고.

"제가 주로 하는 영화, 드라마, 무용, 뮤지컬 등 줄거리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작업을 할 때는 외부에서 영감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작품 안에서 영상, 이미지, 색채, 배우들의 연기, 감정선 등 영감의 요소가 넘쳐요. 그래서 쉴 때는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관심도 안 가지려고 해요. 사실 거의 매 순간이 작업의 연속이라 쉴 때 만큼이라도 머리를 비우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지수 감독은 미디어 작업의 특성상 기계를 잘 다루고, 무언가 고치는 일도 잘하는 편이라고 자랑했습니다. 또 새로운 기술과 전자제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다른 세상일에는 서툰 것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취생활 등을 한 적 없어서 "요리도 거의 할 줄 모르고, 패션과 유행에도 둔감한 편"이라고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방탄소년단 (BTS)와 국내의 트로트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대학 때 전공이 작곡과인데, 일반적으로 즐겨듣는 음악들의 뿌리는 대부분 서양에서 온 것입니다. 음악을 이야기할 때 왠지 우리는 구석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순간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해요. 이것을 이루어낸 예술 창작자들의 끈기와 노력, 기발함과 참신함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위기가 클래식, 드라마, 영화, 국악 등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더 기대됩니다."

그는 또 트로트나 대중가요 작곡을 잘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면서, 가을에 들을 만한 자신의 음악으로 '올드보이’ OST 중 극 중 이우진(유지태 연기)의 테마 곡과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가수 아이유가 부른 '바람의 멜로디'를 추천했습니다.



그는 2011년 개봉 당시 이른바 '토종' 애니메이션으로 흥행에도 성공한 이 영화에 대해 "보통 영화음악 작곡보다 더 힘들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었다"며 " 테마 곡을 하나 작곡하는데 같은 장면을 보통 100번은 본 것 같은데 나중에는 모든 대사를 외우고 해당 장면과 대사가 꿈에 나올 정도"라고 작곡 과정의 어려움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작업에서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더 대중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KBS 드라마와 인연을 밝혔습니다.

이 감독은 대학 시절 드라마 '겨울 연가'(2002년 방영)에서 피아노를 치는 배우의 손 대역을 하면서, 우연히 OST 작곡가로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어 드라마 '여름 향기', '봄의 왈츠', '사랑비' 등 같은 연출자의 드라마에 꾸준히 피아노 대역과 작곡에 참여했다며, "KBS 신관 로비가 바뀐 뒤에는 처음 온 것 같다"며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