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검토는 위기이자 기회_심판은 얼마나 벌나요_krvip

美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검토는 위기이자 기회_커플을 위한 빙고_krvip


■ 바이든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검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급에 문제점을 드러낸 4대 품목의 공급망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와 의약품이 대상으로, 미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품목입니다.

백악관 관리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공급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서도 중요 품목에서 중국이나 적대국에 과잉 의존하는 것은 해결돼야 할 핵심 위험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습니다.

우리 업계는 대체로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규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 제재 6개월 만에 1위->6위 추락한 화웨이

반도체 공급 규제를 받은 화웨이는 불과 6개월 만에 세계 판매순위가 1위에서 6위로 추락했습니다.


미국 업체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봤습니다. 5G 통신망 사업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렸습니다. 가장 큰 효과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일련의 대중 압박을 통해서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터리와 반도체 업계는 대체로 이번 공급망 검토 조치가 화웨이 제재와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 배터리 업계 "중국 배터리 미국 진출 막게 됐다"

자동차 배터리 세계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미국 공장을 검토했지만 미·중 갈등 국면에서 결국 착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틈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공장들과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배터리업계는 이번 검토가 점유율로는 세계 1위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앞으로도 미국 공장을 못 짓게 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반사적으로 한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수입 전기차에 대해서도 조처를 한다면 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을 더 높일 기회가 됩니다.

■ 배터리나 소재 중국 수출 제한될까?

미국이 자국 배터리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당시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직접 생산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로 예상합니다. 배터리 업계에서 '손맛'이라고 부르는 재료의 배합 비율과 공정 기술은 단시간에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지금 시작해도 7~8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백악관이 목표로 한다는 "공급 다변화"도 걱정스럽습니다. 지금은 배터리를 제대로 생산하는 기업이 중국과 한국, 일본 기업뿐입니다. 여기서 중국을 배제한다면 우리나라의 일본 업체가 남는데 이런 정도로 "다변화"가 됐다고 판단할지 우려스럽습니다.

또, 이번 검토 결과 내려질 조치가 우리 기업의 배터리나 소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을 막은 것과 유사한 조치가 있을 거라는 우려입니다. 물론 원천기술을 미국이 가진 반도체와 달리 전기차 배터리 원천기술은 일본 파나소닉과 우리나라 업체들이 가지고 있어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 삼성전자 美 파운드리 공장 증설 가속화

반도체 업계는 좀 더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증설계획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19조 원을 투입해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축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두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합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공급 불안 요인이 아닙니다. 이 분야에서 중국이 진출을 시도했지만, 트럼프에 의해서 막혔는데 바이든의 이번 행정명령은 전임 행정부의 기조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시스템반도체, 그중에서도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분야입니다. 다른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는 인텔과 퀄컴, 애플 등 미국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타이완의 두 업체가 61%를 장악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17%,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7%가량의 점유율을 보입니다. 중국 업체는 5%를 차지하는 SMIC을 제외하면 군소 업체 수준입니다.

■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반복될까?

최근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전용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운드리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변수가 많습니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공장 증설 등으로 대응은 한다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 업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자금 지원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파운드리 가운데 가장 고부가가치 제품인 5나노 공정 등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역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1위 계획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미국이 직접 뛰어들기 보다는 자국 공장 유치 쪽을 생각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만으로는 단시간에 따라잡는 데 무리가 있어 동맹국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 거라는 예측입니다. 세계 1위인 TSMC도 미국 공장 건설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번 검토는 미국으로의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명분이기 때문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할 근거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화웨이라는 기업의 활동을 문제삼은 지난 번과는 다릅니다.

다만 미국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같은 미국의 동맹국을 압박하는 보복 조치에 착수한다면 우리 수출에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