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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따라 주황색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줄줄이 서 있습니다. 컨테이너에 담긴 건 올해 수확한 감귤들인데 모두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아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는 '비상품' 감귤입니다.

비상품 감귤은 가공용 공장에서 감귤 음료와 농축액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한 컨테이너 당 가격은 불과 3,600원. 트럭에 컨테이너 40여 개를 실어와도 받는 돈은 15만 원 안팎입니다.

하지만 헐값에라도 비상품 감귤을 처리하려는 차량 행렬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줄을 잇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에도 농가들이 일주일가량 트럭을 세워두며, 비상품 감귤 처리 순번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비상품 감귤 판매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공장에서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내 가공용 감귤 공장은 제주도개발공사와 롯데칠성, 일해 등 모두 3곳. 이 공장에서 주·야간할 것 없이 24시간 공장을 가동해도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비상품 감귤은 1,500톤 남짓입니다.

여기에다 공장에서 선착순으로 비상품 감귤을 수거하다 보니, 각 지역마다 보통 한 시간도 안 돼 하루 치 수거 물량이 마감되는 상황입니다.

새벽부터 비상품 감귤을 실은 트럭을 몰고 와, 일주일씩 차를 세워두며 순번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 비상품 감귤 팔아보려…일주일씩 차량 대기

이러다 보니 농가에선 한창 감귤을 수확해야 할 농번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가장 바쁜 시기에 트럭과 경운기를 쓰지 못하니 농민들 발이 묶여버린다는 겁니다.

한 감귤 농가는 KBS와의 통화에서 "연례 행사나 마찬가지이지만, 농민들은 매년 죽을 판이다"라며 "트럭이라도 세워놔서 팔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지만, 사실상 일당도 안 나오는 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비상품 감귤 수확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비상품 감귤 예상 수확량은 10만 3천 톤. 전체 수확량의 25%로, 지난해 7만 7천 톤과 비교해 10%p가량 많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가을 장마로 비가 많이 와, 감귤 크기가 큰 '대과'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올해 수확 물량 25%가 '비상품 감귤'

비상품 감귤 판매를 중개하는 농협 제주본부와 제주도는 난감한 입장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비상품 감귤 처리 전쟁에, 올해는 물량까지 늘었기 때문입니다.

농민들 불편을 덜어보려 일부 농협에서 예약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비상품 감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는 또 다른 민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선착순도, 예약제도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농협 제주본부의 설명입니다.


제주도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는 비상품 감귤 물량을 줄이기 위해, 이르면 9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일명 '극조생' 비상품 감귤을 폐기하고 있습니다.

가공용으로도 선호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데, 농가에서 자체 폐기하도록 하는 대신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확인된 극조생 비상품 감귤은 2만 8천 톤. 제주도가 당초 예상했던 물량 1만 5천 톤의 2배 수준입니다. 기존에 편성했던 예산 27억 원 역시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비상품 감귤 처리난은 다음 주가 지나면 정상화될 거라고 농협 제주본부와 제주도는 말합니다.

올해 평년보다 눈 예보가 빨라진다는 소식에 감귤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며, 비상품 감귤 수확량도 지난달부터 두 달 새 집중됐다는 게 농협 제주본부와 제주도의 설명입니다.


■ 다음 주부터 정상화…"비상품 감귤 줄여야"

하지만 비상품 감귤을 처리하려는 농민들의 전쟁은 매년 반복되는 상황. 농협 제주본부와 제주도는 궁극적으로 비상품 감귤 물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당도와 산도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상품 감귤'의 물량을 늘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주도 감귤유통과 변동근 팀장은 "내년부터 품종을 개량하고, 감귤 나무들의 간격을 넓히는 등 상품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줄 것을 농가에 안내할 계획"이라며 "농가에선 크기가 작은 '극소과'나 크기가 큰 '극대과'는 자체적으로 폐기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