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펀드투자자, 위기 대처는 ‘프로(?) 수준’ _선물을 받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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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폭락에도 펀드런 미발생..작년과 대조적 미국발 경기불황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올 들어 곤두박질치면서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급감했음에도 당초 우려했던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 펀드 투자자들의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펀드 역사가 짧은 한국의 투자자들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수익률 감소가 지속하면 환매하려는 움직임이 쉽게 발견됐으나 올해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어 이젠 우리나라 간접투자문화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모든 펀드가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재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했거나 환매시기를 놓쳐 펀드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 급락장에도 펀드 수탁고 꾸준히 증가=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600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으나 펀드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한파로 조정장세가 지속하자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떨어지면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지수 1,500대 상황에서도 주식형펀드에는 투자자금이 유출되기는 커녕 신규 자금이 몰려들었다. 3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1,897.13에서 지난달 31일 1,624.68로 폭락했음에도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116조3천520억원에서 127조2천490억원으로 10조8천970억원 늘어났다. 2000년 당시 IT 버블의 붕괴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주식형펀드 환매사태가 이어지면서 40조원가 넘던 수탁고가 8조원까지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해외리츠 펀드들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6개월 수익률 -10%로 나타나자 약 30%의 자금이 단기간에 유출됐고 물펀드가 출시 이후 뭉칫돈을 빨아들이다 수익률 저조로 대량 환매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최근 투자자들의 행태는 극히 이례적이다. ▲ 위기 대응, 겉으론 선진국 수준= 최근 한 달 만에 주식형펀드와 중국펀드 등의 수익률이 20∼30% 떨어졌음에도 환매보다는 신규 유입 자금 규모가 더 컸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위기 대응 방식은 선진국을 닮아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60년 동안 주식형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증시 하락장에서 부분적인 환매 움직임을 보였을 뿐 거의 동요하지 않고 장기투자한 덕분에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펀드 컨설팅 업체인 스트레티직 인사이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주가 하락기에 펀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 증시 붕괴가 가속화한다. 하지만 펀드 투자자들의 60년 행적을 보면 조정장세나 불황장세에서도 일시에 자금을 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 교체펀드 마땅찮은 것도 펀드런 방지에 한몫= 국내외 주식형펀드가 올 들어 찬서리를 맞았음에도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거의 없었던 것은 장기투자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아탈 만한 펀드가 마땅찮다는 점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리츠펀드와 일본펀드, 물펀드 등에서 지난해 대규모 환매가 생긴 것은 당시 고수익 상품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가 원금 손실을 기록할 동안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0∼40%에 달했다. 따라서 성과가 저조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재빨리 투자자금을 빼내 고수익 상품으로 옮겨타는 현상이 자연스러웠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1,700선 붕괴 이후 순식간에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1,600선마저 내주자 적절한 탈출 시기를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이 환매시기를 놓친 뒤 일단 그냥 묻어두고 보자는 전략을 선택한 점도 펀드런 방지에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은 선진국 수준이었으나 그 원인을 따져보면 한국의 펀드 투자문화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셈이다. 한편 펀드 역사가 일천한 한국에서 투자자들이 고수익과 원금 손실을 단기간에 경험한 만큼 펀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문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펀드 투자는 한 나라의 경제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공업국 주식은 높은 성장률 만큼 높은 수익률을 안겨다 줄 것이나 그 결실을 따먹으려면 투자의 호흡이 길어야 한다"며 장기투자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