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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간호사.  두 손은 장비들로 묵직하지만 잠시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촬영=이강용 간호사〉
■ 땀에 젖은 의료진들…코로나에 '휴식은 사치'와 같다는 생각

'사진 찍는 간호사'인 이강용씨는 항상 긴장 속에서 일한다. 당장 바쁘지 않아도 응급 환자를 위해 대기하는 것 역시 고된 일과다.

피사체로 포착되는 의료진의 모습은 역시 땀에 절어 있거나 피곤에 지친 모습이 대다수 일수밖에 없다. 여러 사항을 고려해 한 장의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과정에 요즘은 익숙해지고 있다고.

"응급실 내부의 긴장 정도는 외부인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응급실에선 환자가 많지 않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만약 환자의 심전도나 상태에서 이상한 것을 놓치거나 투약을 잘못하게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 간호사는 또 다른 예로 "소생실 안과 밖의 삶의 경계가 너무나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렌즈를 통해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한다.

지난해 6월엔 '코로나바이러스 최전방에 뛰어든 간호사가 본 시선'이라는 사진전을 열었다. 코로나 이후엔 간호사들에게 잠시의 휴식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바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그는 간호사이자 사진작가로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간호사들의 노고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등에 흐른 땀자국. ‘코로나 19 현장 스토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작. 〈촬영=이강용 간호사〉
이 간호사는 지난해 3월 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마련된 서울대병원 코로나19 병동을 돌며 환자들과 함께했다. 감염증 확산으로 불안한 상태지만 자원해서 '험지'인 문경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께서 '너의 직업이니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라. 만약 네가 코로나에 걸리고 싶지 않아도 걸릴 수 있지만, 그건 네가 대한민국 한 명의 의료인으로서 훈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간호사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뭉클한 마음으로 의료지원 현장에 내려갔다. 많은 것을 느끼고 온 두 달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임시로 운영이 중단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 서울대병원 응급실까지?...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운영 중단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응급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우선 '방역에 만전을 기한 서울대병원까지?' 란 놀라움이 컸다. 또 방역에 허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대병원에선 지난 13일 응급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환자였다.

입원 당시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이었으나 4일간 응급실에 체류하다가 중환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코로나 재검사 결과 13일 뒤늦게 확진으로 판정됐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직원 등을 진단 검사했으며 오는 20일까지 응급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신규 환자도 당연히 받을 수 없는 상황.

일부 의료진 등이 자가격리 조처돼 정상적으로 응급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존환자에 대한 진료는 그대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에겐 적절한 방역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을까?

■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가슴 절절한 호소

"응급실에서는 무증상 확진자들이 다른 환자들과 섞여서 대기실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어요".

최악의 상황에선 무증상 확진자가 격리실이 아닌 일방 침상에 배정을 받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입원 후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월 8일,  서울대학교병원 성인응급실 이강용 간호사(좌측)를 화상 인터뷰중인 KBS 취재진(우측).
서울대학교병원 성인응급실 5년 차인 이강용 간호사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다. 그는 응급실내 환자가 확진자로 판정되던 시점을 모든 간호사에게 '아찔한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입원 전 모든 환자에게 유전자 증폭 이른바 PCR 검사를 진행했을 때 병동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고 환자를 봤던 간호사분은 임신 중이어서 매우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그는 또 “방역 등이 갖춰진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수백 명의 불특정다수를 보는 것은 위험도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응급실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대학병원 홍보팀은 지난해 9월에 한 기업인으로부터 코로나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써달라고 1억 여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서는 이 기부금을 감염관리병동,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에 격려금 형태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에서는 해당 격려금 전달 대상에서 '응급실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고.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간호사는 당시 격려금 전달 대상에서 응급실이 제외된 사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것은 사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병동 분위기'의 문제일 수 있고, 특정 간호사들의 노고에 대한 '이해 정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응급실 의료진들의 노고와 감염 위험에 대해 '수고한다'라는 박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자가 행복하려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하고 그 행복을 위해서는 간호사의 처우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두세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