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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표밭갈이', `싹쓸이'라니 아무리 비유라고 해도 유권자가 밭작물입니까, 도박에 건 판돈입니까" 선거 현장과 언론 등에서 쓰이고 있는 선거 용어가 막바지에 이르른 지방선거 열기에 묻혀 아무런 성찰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네티즌 이모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유권자가 밭에 나는 푸성귀도 아닌데 텃밭, 표밭갈이, 싹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불쾌하다"며 선관위가 언론 매체나 정당에 이러한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공문을 내려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런 용어는 시민이 선거 때마다 갈아엎어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며 "다음 선거에도 이런 용어가 난무하면 유권자 인격모독으로 소송을 걸 것을 생각해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학생 강모(27)씨는 "`싹쓸이', `세몰이', `바람몰이' 등의 용어에서 평소에 정성을 기울일 대상이 아닌 선거철에 바싹 관리해줘야할 대상으로 유권자를 바라보는 일부 정치인의 의식이 엿보인다"며 "유권자 개개인을 주체성이 희박한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려 묘사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용어 이외에도 선거판에서 쓰이고 있는 말 중엔 순화가 필요한 말이 상당수라는 것이 국어학계의 중론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ㆍ참공약)', `마타도어(matadorㆍ흑색선전)' 등의 외국어와 `혈전', `총력전ㆍ폭력전', `맹공', `결정타', `배수진', `그랜드슬램', `더블스코어' 등의 군사ㆍ스포츠 용어가 대표적인 예다. 국립국어연구원 박용찬 연구원은 "대중을 상대로 한 선거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쓰는 게 맞는 데도 유권자 대부분이 그 뜻을 모르는 외국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며 "다행히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공약 선택하기'로 순화됐지만 마타도어 등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어원은 한자어, 일본어투 용어, 군사용어가 많은 선거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1997년 잘못 쓰이고 있는 선거ㆍ정치용어 300여 단어를 선정해 바르게 고친 말과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1997년 잘못된 말로 공표됐던 `득표'(고침말:표를 얻음), `매도하다'(욕하다), `부동표'(떠돌이 표), `악성루머'(나쁜 소문), `캐치프레이즈'(선전구호) 등은 지금도 버젓이 쓰이고 있는 등 10년간 이렇다할 순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세대 국문학과 김하수 교수는 "냉정해야 할 선거에서 정치권이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언론이 이를 증폭시키면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말이 주로 쓰이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언어 순화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과 유권자의 의사소통의 문제이므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