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故 김용균 추모주간_베토 관리인_krvip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故 김용균 추모주간_포커핸드를 공부하다_krvip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나주세요"...유언이 된 절규, 그 후 1년

1년 전 추운 겨울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죽음을 맞았습니다. 어둡고, 시끄럽고, 먼지 자욱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였습니다.

24살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김용균 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전환은 직접고용으로"라는 문구는 유언이 됐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안전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발전소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그 후로 1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추모주간 선포하는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김용균 1주기, 다시 거리로

김용균 재단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92개 단체로 구성된 故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 오늘(2일) 오전 다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산업현장 안전대책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긴급안전조치로 발표된 2인 1조 근무, 일부만 인력이 충원됐다고 합니다. 설비를 정지한 뒤 인접 작업을 하도록 한 것 역시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하고 있고, 김용균 특조위(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용균은 죽었지만, 위험의 외주화라는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키지 않는 약속,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이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내에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게 공약이었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 법에선 정작 김용균 씨와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나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에서 법안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산재사망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진 건 불과 0.4%, 산재사망에 대한 벌금은 사망자 1명당 450만 원 내외입니다. 이쯤 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표현도 과하고 '살인면허'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추모위 주장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추모위원회는 사망 1주기인 오는 10일까지를 추모 주간으로 선포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이미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누구든지 자유롭게 추모의 뜻을 전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추모 전시회도 함께 열립니다.

같은 장소에서 매일 밤 추모 문화제와 종교행사가 이어집니다. 토요일 오후 5시에는, 바뀌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는 추모대회와 촛불 행진이 열립니다.

기일인 10일에는, 김용균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추도식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유가족을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농락한다.”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위험의 외주화, 어떻게 막아야 하나

추모위는 추모주간을 선포하며 6가지 요구안을 내놓았습니다.

원청사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사인 한국발전기술의 사장들을 처벌할 것, 누더기가 된 김용균 법을 전면 재개정할 것, 특조위 권고안을 이행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것 등입니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그동안 외침의 반복입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오늘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죽음 이후 나온 수많은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강한 분노와 울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의 1주기를 앞두고 이를 기점으로 정부에 대항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6년 구의역 김 군, 2018년 김용균. 2020년의 우리 사회는 이들의 죽음에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