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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잠시 휴식시간도 갖습니다.

<녹취> 대학 미화원 : "화장실 일 보러 왔다가 우리가 뭘 먹고 있으면 이상한 눈빛 있죠? '여기서도 먹어?' 그런 식으로 쳐다보는데. 그러면 우리는 그냥 웃어요. '우리는 평소에 이렇다' 하고..."

지하철 승강장 한켠 먼지와 소음 속에 근무를 끝내고 잠도 청합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공기가 순환이 안 돼서 어질어질하고 울렁거리고 그래요. 항상 목이 아파요. 목 아프고 코가 시커멓고 그러니까. 직업병이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미화원(음성변조) : "항상 불만이 있었어도 말을 못했어요. 우리가 신경 쓰는 부분은 다음 해에 계약이 될지 안 될지…. 이렇게 해서 밉보이면 그러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거죠."

이 대학 미화원들의 휴게 공간은 화장실 바로 옆에 마련돼있습니다.

좁고 어두운 이 곳에서 미화원들은 휴식을 취합니다.

청결한 공간을 만들면서 정작 자신은 청결한 곳에서 쉬지 못하는 현실, 미화원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처우를 받고 있는 걸까요?

서울의 한 대학 안, 쓰레기가 한 데 모이는 수거장입니다.

교내에 모인 쓰레기들이 수시로 들어찹니다.

<녹취> 분리수거 담당 미화원(음성변조) : "자체 쓰레기봉투를 가져가지 않잖아요. (어떤 쓰레기 종류가 제일 처치하기 곤란하세요?) 특히 음식물. 나오는 게 특히 요즘 일회용 도시락이 엄청 많죠. 음식물을 남긴 상태에서 버리니까."

하루 8시간 동안 이어지는 고된 일 중간에 잠시 맞는 휴식 시간.

악취와 먼지가 가득한 작업장 모퉁이가 미화원들이 쉬는 공간입니다.

이마저도, 버려진 의자와 서랍 등을 직접 주워 마련했습니다.

<녹취> 분리수거 담당 미화원(음성변조) : "일반 건물 같은데 보면 나오는 게 있잖아요. 부서진 거. 저희가 재활용해서 쓰는 거죠."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날씨,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를 켤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분리수거 담당 미화원(음성변조) : "선풍기를 돌릴 수 없는 게 먼지가 돌잖아요.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돌게 돼 있죠. 그래서 선풍기도 마음대로 켜지 못해요. 전기도 약간 부족하죠. 같이 쓰다 보면 용량이 적기 때문에. 한꺼번에 팍 키면 누전될 수도 있으니까."

작업장 바로 옆에 창고를 고쳐 휴게 공간을 마련하긴 했지만 여기서 쉬지는 못합니다.

<인터뷰> 분리수거 담당 미화원(음성변조) : "(여기는 주로 어떤 용도로 쓰세요?) 옷만 잠깐 갈아입어요. (휴식하실 때 여기를...) 너무 작죠. 세 명인데, 여름에는 습하고 겨울에는 춥고, 그래서 쉬기도 그래요.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 벌레 많아서 누워있지도 못해요. 거기는."

손을 씻을 만한 수도 시설도 없다가 3년 전에야 겨우 설치됐습니다.

<녹취> "저희가 물 끌어다 했죠. 저희가 이렇게. 땅에다 묻고."

옷에 밴 악취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조금 떨어진 건물에 있는 공용 휴게실에도 선뜻 가지를 못합니다.

수시로 오가는 지하철을 청소하는 미화원들, 청소를 마치고 잠시 앉아 쉬는 곳은 지하철 승강장 한켠입니다.

열차 소음과 역사 안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지하 3층 승강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20여 제곱미터 크기의 방이 나옵니다.

밤 9시에 출근해 다음날 밤 9시에 퇴근하는 미화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새벽 첫 차부터 청소를 해야하다보니 여기서 쪽잠을 자야 하는겁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아침 차가 없으면 7시부터 차를 돌려야 하는데 아침 5시부터 차를 돌리면, 자야 해요. (청소하기 위해 )그 차를 타야 하니까…."

한 달에 평균 8일씩, 이 곳에서 잠을 자며 일합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공기가 순환이 안 돼서 어질어질하고 울렁거리고 그래요. 공기청정기 조그마한 거 하나가 있는데 턱도 없어요. 항상 시커먼 먼지가 들어오고 그래서..."

창문도 없고 환풍구에는 까만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매캐한 지하공간에서 지내다보니 목은 늘 컬컬합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항상 목이 아파요. 목 아프고 코가 시커멓고 그러니까. 직업병이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지하철 운행이 끝난 새벽엔 열차 정비 소음이 이어집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잠잘 때가 제일 걱정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숨을 못 쉬어. 청정기를 조금 큰 걸 해달라고 했더니 저걸로 충분하다고 안 해주는 거에요. 그게 좀 불만이지 나머진 불만 없어요."

<인터뷰>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일은 여기서 하되, 잠자는 숙소만이라도 (지상으로) 올라가서 해주면 잠이라도 좀.. 여기 양쪽에 소음이.. 모터카가 다니면서 선로를 청소하고 선로 고장이 났나 안 났나 점검을 하는 모터카가 양쪽으로 다녀요."

화장실 청소도구함으로 쓰던 공간에서 미화원들이 쉬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다리를 쭉 펴고 앉았습니다.

<녹취> 지하철 미화원(음성변조) : "이 쪽으로 문도 없고, 화장실이고, 계단 밑이니까. 뭐 한 가지 하면 냄새도 빠지지 않고."

6천 원대 시급을 받는 근로자들은, 시간과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볼까, 이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화장실에서 먹고 쉬는 현실이 비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인터뷰> 대학 미화원(음성변조) : "(옆에서 용변 보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우리는 그게 그냥 보통이에요. 화장실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하는게. 화장실 일 보러 왔다가 우리가 뭘 먹고 있으면 이상한 눈빛 있죠. '여기서도 먹어?' 그런 식으로 쳐다보는데 우리는 그게 아주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았으니까. 화장실에서 앉아서 먹고."

학교 측은 학생들이 오가는 휴게 공간을 함께 이용하라고 권합니다.

<인터뷰> 대학 미화원(음성변조) : "땀 냄새 나고 락스 냄새 나는데 학생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우리가 같이 앉아있으면. 학생들 의자 해봐야 몇 개나 된다고."

미화원들은 다른 이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맘이 든다며 자리를 피합니다.

<인터뷰> 김윤수(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 "사무직 같은 경우는 사무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잠깐 커피를 마시거나 이런 경우인데 사실 청소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대기 시간이 좀 길어요. 일을 하고 대기를 하고 일이 생기면 다시 일을 하고. 근데 그 대기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런 것들을 결정하는 사용자들의 인식에 거의 없다 보니까 굳이 휴게공간이 필요하겠냐는 생각조차도 안 하게 되는 거죠."

청소 근로자 대부분은 직접 고용이 아닌 하청 근로 형태로 일합니다.

한 곳에서 길게는 10여 년 동안 일해온 이들도 1, 2년마다 계약을 다시 이어나가야 합니다.

이러다보니 열악한 휴게 공간을 참을 수 밖에 없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미화원(음성변조) : "항상 불만이 있었어도 말을 못했어요. 우리가 신경 쓰는 부분은 다음 해에 계약이 될지 안 될지…. 이렇해서 밉보이면 그러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거죠. 용역은 몇 년 단위로 바뀌니까, 주인이. 하는 일은 항상 그 장소에서 그 일을 하고 있잖아요."

미화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시설이 오히려 이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 대학 측이 미화원들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샤워장입니다.

남녀 공용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인터뷰>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청소하시는 (여자)분들하고, 남자 외곽 청소하시는 분들이 협의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여자가 쓰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남자가 쓰게, 자율적으로."

원래 여성용 샤워장을 임시방편으로 공용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인터뷰> 미화원(음성변조) : "다 여자가 썼는데요. 남자도 쓰시라고 붙여놓은 거에요. 시간을 맞춰서 조율해서."

학교 측은 뒤늦게 샤워 공간을 적절하게 분리하고, 이달 안으로 휴식 공간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자의 책상과 의자가 있는 사무직 근로자들과는 달리, 이동하며 일을 해야 하는 미화원들.

근로 특성상 대기 시간도 있어서 휴식 공간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만큼 기존 건물의 공간 재배치는 물론 이젠 건물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휴게공간이 다른 현실.

법은 근로자들의 휴식 시간만 규정할 뿐,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쉬는지는 관심 밖에 있습니다.

인간적인 처우를 받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은 어떤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겁니다.

<인터뷰>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매우 비정상적인 노동 현실이거든요? 노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후진적인 사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단지, 일하는 사람들을 수단시하고 돈을 얼마 주면 된다란 생각을 하지, 일터 안에서 그들이 누려야될 기본적인 노동인권에 대해 많은 사용자들은 그리 개의치 않거나 중요시 않다보니까 나이드신, 비정규직의 노동자들이 많은 멸시, 모멸감을 받으면서 일을 하며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느새 근로자들이 말끔하게 청소를 끝냅니다.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신속하게 청소하는게 몸에 뱄습니다.

<녹취> 대학 미화원 : "대부분 사람들 없을 때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 있을 경우에는 털고, 쓸고, 닦고 그래야 되기 때문에 옆에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그분들이."

<녹취> 대학 미화원 : "우리는 안 보이는데서 일한다 이거지. 사람들 없을 때 일 하기 때문에 '그림자'라는 말이 나온 것 같아요. 청소하는 미화 아줌마들은 그림자같이 스윽 사라지고 안 계시고 그런다고 그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오늘도 묵묵히 일터를 누비는 미화원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휴식을 뒤로 하고 쓰레기 더미와 씨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