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물자 ‘험비’ 팔아 넘긴 고물상…판매처는?_돈을 벌었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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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술 차량 ‘험비’
미국 육군과 해병대의 주력 전술 차량인 '험비'. 80년대부터 현장에 투입돼 '지프'에 이어 현대 미군의 수송 차량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전략물자인 이 '험비'를 무단으로 외부로 빼돌려 판매한 영화 같은 범죄가 일어났다. 멀쩡하게 운용 가능한 '험비'를 사용 불가능한 것 처럼 속여 빼돌리는 방식으로, 고물상과 한국계 현역 미군이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전략물자인 험비가 원형 상태로 유통되다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이 압수한 범죄 관련 서류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고물상 허 모(60) 씨 등 한국인 6명과 한국계 현역 미군 전 모(47) 씨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허 씨 등은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한 공군부대와 함께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서 험비 3대를 부대 밖으로 빼돌렸다. 시가 7천만 원 상당의 무기 장착형 험비 1대와 시가 4천만 원 상당의 병력 수송용 험비 2대였다.

외부로 빼돌려진 ‘험비’
험비는 미군의 주력 전술 차량으로 미국 외 지역으로의 반출이 금지돼 있다. 사용 연한이 지나도 상급 기관의 판단에 따라 매각 처리소에서 최소 6개 조각으로 절단해, 고물 형태로만 유통이 가능하다. 이에 평소 미군 부대에서 고철을 처분하는 일을 해 온 허 씨는 군용물의 외부 전출 업무를 맡은 한국계 미군 전 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이후 허 씨는 전 씨가 지휘관에게 해당 험비의 전산상 소속이 없고,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거짓 보고를 하도록 만들었다. 보고를 받은 지휘관은 험비를 폐기 처분하라고 지시했고, 이들은 멀쩡한 험비를 부대 외부의 불용품 매각 처리소로 운반하는 것처럼 꾸며 경비초소 근무자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었다. 허 씨는 지난 2014년 미군 기지에서 고철을 무단으로 반출했던 전적으로, 10년 동안 출입 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고물상 허 씨와 영화 소품제작업자 김 모 씨가 주고받은 문자내용
이렇게 영화보다도 황당하게 부대 밖으로 빼돌려진 험비는 실제 영화 소품용으로 판매됐다. 허 씨 등은 지난해 6월, 먼저 빼돌린 무기장착형 험비 1대를 영화 소품제작업자인 김 모(54) 씨에게 1천1백만 원에 판매했다. 험비를 사들인 김 씨는 불법으로 빼돌린 전략 물자인 것을 알면서도, 전쟁 영화에 소품으로 빌려주면 고액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렸다.

미군기지 주변 고물상 야적장에서 발견된 험비
이들의 범행은 결국 경찰 수사에 꼬리를 밟혔다. 지난해 8월 험비 차량이 미군기지에서 무단 반출된 것 같다는 내용의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평택 고물상 야적장에 쌓여있는 험비 2대를 발견했다. 이미 1대는 팔려나간 뒤였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험비를 스리랑카와 몽골 등에 수출하려는 정황도 포착해, 군 당국과 미군 수사기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