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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기도 수원에서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아이를 방치해 아이가 굶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부부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딸을 낳았지만, 미숙아로 태어난 딸을 돌보기는커녕 병원도 찾지 않았고, 하루에 한 번 분유를 먹이면서 칭얼대는 아기를 때리기도 했다는 보도는 공분을 샀다. 부부가 하루 열 시간씩 몰두했던 게임은 사이버 딸을 키우는 롤플레잉 게임이었다.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월드 시네마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오른 '러브 차일드'는 이 사건에서 시작됐다. 17일(현지시간) 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에서 만난 발레리 비치(29) 감독은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어가는 동시대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NN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한 그는 2012년 여름 한국에 왔다. 부부의 재판 과정과 자정 이후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데렐라법'(셧다운제) 등 정부의 대응책을 취재했다. '인터넷 강국의 그늘'을 비판적으로 다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인터넷 환경이 가장 발달한 한국의 현실에서 '스마트 시티'의 유토피아적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프로듀서를 찾을 때 그 사건을 소재로 다룰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거절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치 감독의 전작을 보고 합류한 한국 프로듀서 김동현 씨는 "실제 부부를 만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던 둘째를 낳아 잘 키우고 있으니 더 이상의 관심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영화 속에서 부부는 대역 배우의 재연으로 등장한다. "게임에 중독된 부부의 사건은 매우 유감이죠.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고의로 아기를 죽인 게 아니라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 게임에 집중하다 아기를 죽게 했어요. 그래서 살인이 아니라 유기치사로 감형도 받았죠. 전 그들을 동정해요." 그는 "영화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인터넷 정책을 어떻게 바꿔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한국은 IT에 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가상현실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또 다른 자아 구현'이라는 목소리도 담았다. "물론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이 완벽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결국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죠. 가상현실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데이비드 푹스는 "미국의 IT 정책은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고 한국과 똑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현실이 곧 미국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IT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비치 감독은 2012년에도 유튜브 스타들이 얻는 인기와 명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동물원의 나'(Me at the Zoo)로 선댄스 영화제를 찾았다. 그의 두 작품은 미국 케이블 채널에 팔렸고 '러브 차일드'는 올여름 방송될 예정이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활기찬 인사와 함께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