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희 할머니, 88년 만에 주민증 받아 _아마존 제휴사로 돈 버는 방법_krvip

권영희 할머니, 88년 만에 주민증 받아 _디지털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_krvip

"옆 환자들에게 내 사진이 들어간 주민등록증을 매일 자랑하고 있어. 남들은 다 가진 주민증이지만 난생처음이라 마음이 설레 며칠은 품에 넣고 속으로만 웃었지" 한평생 호적 없이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온 권영희(88.익산시 삼기면) 할머니가 88세인 미수(米壽)의 나이에 드디어 이달 24일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권 할머니는 특히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주민증을 받아 기쁨이 더했다. 다리 부상으로 입원 중인 권 할머니는 그동안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없었으며 당연히 투표 한 번 하지 못하는 등 법적으로는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38년 전 이곳에 사는 송모(작고)씨와 결혼한 할머니는 아버지의 성(姓)이 '권'씨였다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고, 동네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를 '권씨 할머니'라고 부르다가 이후 '영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러나 '권영희'란 이름은 동네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었을 뿐 법적, 행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한 이름이었다. 이 때문에 할머니는 투표권은 물론 기초생활수급 지정도 받지 못해 병원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등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익산시청 조경주(가정복지과.7급) 씨는 2002년부터 할머니가 정식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법원과 할머니가 살았던 거주지를 오가며 성과 이름을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할머니가 사는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조씨는 결국 동네 사람들의 기억 등을 모아 현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원에 성본 창설허가(성과 본을 부여받는 것)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최근 발급된 주민등록증(19200508-0000000)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태어난 해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생일은 보릿고개 근처'라는 할머니의 말을 근거로 태어난 달은 보리가 익어가는 '5월'로, 날짜는 '어버이날'을 뜻하는 '8일'로, 그래서 5월8일이 생일로 잠정 결정됐다. 태어난 해 역시 사별한 남편과 만난 시점 등을 고려해 '1920년'으로 했다. 권 할머니는 "어떻게 말로 다하겠어. 이름도, 주민등록증도 없이 지금까지 기구하게 살았지. 정식으로 이름이 적힌 주민증을 갖게 돼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권 할머니에게 주민증을 찾아 준 조경주 씨도 "사람으로 태어나 흔적이 없이 떠난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게 느껴져 할머니께 호적을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라면서 "비로소 주민등록증을 가지게 된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