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의 새해 한반도 전망 ‘여전히 흐림’_핀볼 빙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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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사실상 관계 동결' 상태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022 국제정세전망'에서 북미가 내년에는 서로의 입장을 타진하기 위한 단발성 대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년에는 미중 경쟁이 더 심해지면서, 우리나라는 더 큰 외교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1989년부터 발간해온 '국제정세전망'은 연구진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외교부나 국립외교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외교정책 수립과정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료인 만큼 무게감이 작지 않습니다.


북미관계 동결 지속…남북은 개성연락사무소 복원 여부가 가늠자

국립외교원은 '2022 국제정세전망'에서 현재의 북미 관계를 '사실상 동결 상태'로 정의한 뒤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대체로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미 관계가 동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호응을 얻어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을 낮게 본 것입니다.

국제정세전망은 그 이유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미국 국내 정치와 경제 위기 대응에 집중할 것이고, 북한 문제는 중대한 변화가 있기 전까지 실무팀에 맡길 것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 경우 '북핵 문제 피로증과 북한 혐오증, 북핵 협상 무용론'이 팽배한 워싱턴 분위기를 고려하면 북미 관계에서 돌파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미 대화를 거부한 채 미국에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직접 개입해야 하지만,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대우를 거부하는 '전통적 외교'로 돌아선 미국이 갑자기 다시 트럼프식 정상외교를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제한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내년에는 식량·방역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외 접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제한적 범위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 역시도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당 기간 정체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이후 남북이 사회·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남북관계의 상징인 개성 연락사무소의 복원 여부가 차기 정부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송전탑 뒤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미중 경쟁 가속화…한국엔 '외교적 도전' 가중

국립외교원은 또 올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미중 경쟁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외교적 도전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서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파트너국가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며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모두를 강화해오던 한국의 외교적 방향성에 도전이 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검토를 끝낸 뒤, 내년에는 미중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때문에 중국 견제 목적으로 한미 동맹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입김은 더 커질 것이고, 글로벌 공급망과 군사 협력 등에서 미국의 편에 서라는 압박도 더 거세질 것이라고 외교원은 국제정세전망에서 밝혔습니다.

특히 "타이완 이슈가 불거질수록 한국의 군사적 기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며 "미국이 남중국해 견제를 위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경우, 한국은 또 한 번 외교적 고민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디지털 무역체제 형성을 중심으로 경제 협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재편도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다만 "미국과 중국은 지역 안정에 대한 전략적 공동 이익을 기초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국면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포함됐습니다.


한일 관계는 내년도 '흐림'…선거·과거사 등 변수

한일 관계는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3월 대선이, 일본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일 양국 정부가 근본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다만, 외교원은 기시다 내각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전임 '아베 정치'와 차별화되는 안정된 정권이 탄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한국 외교에서 고치카이(기시다 총리가 이끌어온 자민당 내 파벌) 특유의 온건한 외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 강제징용과 관련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2022년 한일 관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