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해도 그냥 있죠”…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금융사 직원들_잔나 클라우디아 에스트로지 탄생 포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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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센터에 보험 계약 해지를 문의한 A씨. 며칠 후 담당 설계사가 연락해 문의한 내용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못마땅했다. 다시 콜센터에 전화한 A씨는 "내가 콜센터에 물었지 설계사에 물은 것이냐"고 따졌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그는 수차례 죄송하다는 직원을 향해 보험료를 돌려 주지 않으면 사무실에 불을 지르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2 B씨는 은행을 찾았다가 때마침 전화를 받는 바람에 번호표에 적힌 순서를 놓치고 말았다. 창구 직원들은 모두 B씨보다 나중에 온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대뜸 한 창구 앞으로 간 B씨. 먼저 일을 봐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험한 말을 쏟아낸다. "내 딸이 너보다 나이가 많다. 어딜 똑바로 보고 얘기하느냐"고 영업점이 울리도록 소리를 지른다. #3 상습적으로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C씨. 카드 관련 사항을 몇 가지 물어보지만 직원의 대답에 관심은 없다. 본론은 그 이후부터다. 주로 여성인 콜센터 직원에게 "성추행당할 수 있어 서울 지하철은 위험하다"라고 하는 등 엉뚱한 얘기를 늘어 놓는다. 주로 성적인 농담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그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의 일선 창구 직원들이 일부 악성 고객들이 휘두르는 다양한 형태의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반말이나 욕설은 듣는 것은 다반사이고 성희롱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한 은행직원은 "운이 안 좋은 날엔 하루에도 반말하고 욕하는 고객을 3∼4명씩 만난다"며 "대놓고 욕하고 무례하게 굴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런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순간적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금융경제연구소가 은행 콜센터와 영업창구, 민원 전담 부서 근무자 3천8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6%가 악성 민원인 응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89.8%가 말꼬리를 잡히거나 인격을 무시당했다고 답했다.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사과를 요구받은 경우도 78.0%나 됐다. 성희롱, 성추행 등의 피해를 호소한 사람도 22.5%나 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른바 '감정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선의의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은행연합회 등 6대 금융업권 협회 및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지난달부터 문제행동소비자(악성 민원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다음 달까지 활동하는 태스크포스는 문제행동 소비자를 대하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 악성 민원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베테랑 관리자가 따로 관리하게 하고 욕설, 성희롱 등 불법적인 행동을 반복해서 저지르는 민원인에게는 고발이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을 경고한 뒤 실제 행동에 나서는 내용까지 검토되고 있다. 금융권이 악성 민원인에 이처럼 강경대응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소극적인 대응이 능사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감정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등 22명은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등을 당하면 금융회사가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성종 감정노동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금감원의 금융기관 평가제에 민원 항목이 들어가 있어서 그간 금융회사들은 악성 고객이 나타나도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금융기관 평가제도가 블랙 컨슈머를 양산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랙 컨슈머 매뉴얼에 블랙 컨슈머 기준을 어디까지로 볼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블랙 컨슈머에 해당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회사의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