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인사모 ‘공동학술대회’ 반대한다고 말해”…재판서 문건 공개_에콰도르와 카타르에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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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수진 전 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우려했던 일부 판사들의 외부 연계 학술대회 개최에 대해 "나도 반대다"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 공개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판사 측은 자신은 공동학술대회 개최에 반대한 적이 없고,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 들은 반대 의견을 행정처 간부에게 전했던 것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판사는 해당 학술대회가 공개적으로 열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법원행정처 간부의 요구를 받고 막을 수 없다고 거절한 뒤 부당한 전보 발령을 받았다며, 자신이 '양승태 대법원'에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오늘(1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 사건 재판을 열고,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하고 옛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 기소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입니다.

고 전 처장의 변호인은 오늘 반대신문 과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이 2017년 3~4월경 작성한 "3.25 행사/ 중복가입 해소 조치/ 이탄희, 이수진"이라는 문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 문건에 대해 "경향신문 보도 이후 그냥 제가 혼자 정리해 본 문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경향신문은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판사(이탄희 전 판사)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부임을 앞두고, '3월 25일로 예정된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는 행정처 관계자들의 지시를 받고 강력히 항의한 뒤 사표제출 의사를 밝혔다고 2017년 3월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거론된 '학술행사'는 판사들의 전문분야연구회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이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소와 함께 '법관 인사제도'(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 문제, 법관의 전보와 사무분담 등)를 주제로 2017년 3월 열었던 공동학술대회를 뜻합니다. 법원행정처는 인사모가 학술대회 개최를 의결한 2017년 1월부터, 행사를 내부 행사로 치르게 하거나 대선 이후로 연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부에 공개되는 학술대회에서 판사들이 대법원장에 대한 권한 집중을 비판할 경우, 법원에 불리한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지는 등 외부에서 학술대회가 악용될 가능성 등을 행정처 간부들이 우려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이 전 상임위원도 공동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이수진 전 판사에게 연락해 '대법원에서 인사모가 개최하고자 하는 공동학술대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복가입문제해소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수진 전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인사모 창립에 참여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작성한 해당 문건의 10쪽을 보면 "회장 퇴임 이후(2017년)의 대화내용 요지"라는 항목 하에 "2016년 12월 공동세미나 개최 예정이 확인된 후 이수진 판사와 상의"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수진 전 판사와 인사모 공동학술대회에 대해 상의한 내용을 정리했다는 뜻입니다.

앞서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 1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말을 듣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수진의 제안으로) 김명수 초대 회장(현 대법원장)을 만나 (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이수진 연구관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해서는 거의 상의를 많이 했다"면서 "그래서 제 입장이나 제 고민, 특히 (인사모) 공동학술대회 관련해서는 상의랄까, 하소연이랄까, 이런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문건 해당 부분을 보면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전 판사가 대화 과정에서 "3.25 행사는 자신도 반대이다. 너무 나가는 것 같다. 연구관들도 반대인 것 같다. ○○○과 이야기 나누어 보았는데 대부분 (재판)연구관들은 연세대와의 공동 행사라든가 법관인사 및 대법원장의 인사 집중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정리했습니다.

또 이수진 전 판사가 "내가 노력해봐야 별 도움은 안될거다. ◇◇◇에게는 [공동학술대회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전 상임위원은 정리했습니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재판에서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모 공동학술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자 이 전 판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냐는 검사의 질문에 "자신의 의견을 특별히 말한 것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다만 공동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기억이 난다"고만 답변했지만, 이 전 판사의 반응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문건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 전 판사 측은, 인사모 공동학술대회 개최에 자신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 말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전 판사의 선거 캠프는 오늘 KBS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수진 후보는 해당 대화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 들은 의견을 전달했다. 대법원 연구관들은 대법원장과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인사모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이에 대해 가감 없이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전 판사는 당시 이규진 전 상임위원과의 대화에서 "공동학술대회 개최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일관되게 전했다며, 이 전 상임위원이 왜 그런 내용의 문건을 쓴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고 당사자가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 판사 측은 이어 "이 대화 이후 이수진 후보는 인사발령을 통해 대법원 연구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인사 보복의 대상자가 됐다"며 "만약 이수진 후보가 해당 학술대회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막기 위해 활동했다면, 인사 보복의 대상자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이수진 후보가 당한 인사 보복이 이수진 후보가 해당 행사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재판에서 문건 기재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피했습니다. 문건을 제시한 고 전 처장의 변호인이 "이수진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냐"라고 묻자 이 전 상임위원은 잠시 주저하다 "제 진의와 다르게 자꾸 언론보도가 나가서 제가 진술하기가 참 난감하다"며 "이 부분 관련해서는 지난번에 첫 (증인신문) 기일, 두 번째 (증인신문) 기일에도 제가 한 증언과 다른 내용으로 자꾸 언론보도가 나가서 자꾸 선거에 제가 개입하는 인상을 줘서 제가 뭐라고 진술하기가 참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그 정도 답변한 걸로 넘어가겠다"며 변호인에게 추가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 했지만, 변호인은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한편 이 전 상임위원은 오늘 이어진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인사모의 공동학술대회가 (법원행정처가)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시행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과 공동학술대회가 전혀 연관없다고 말하기는, 실무를 한 저로서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2017년 2월 13일 전국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공지했습니다. 전문분야연구회 여러 곳에 중복으로 가입한 판사들은, 기존 예규에 따라 가장 관심있는 한 곳만 남기고 나머지 연구회는 모두 탈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급성장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원 수를 줄여 세를 약화시키고, 기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인사모를 와해시키기 위한 '표적' 조치가 아니었냐는 의심이 제기됐습니다. 법원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자 행정처는 일주일 만인 2월 20일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을 유보한다고 재공지했습니다.

검찰은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시행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던 판사 100명가량에게 소속 연구회를 탈퇴하게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공소장에 포함시켰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