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적은 감사가 좋아”…늘어난 ‘정피아’_포커칩에 붙이는 인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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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기관에서 '관(官)피아'가 물러난 자리를 '정(政)피아'가 채우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을 주문하고,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의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은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 고리였다. 그러나 퇴직 관료의 재취업 관문이 줄어들었을 뿐 민간유착 고리에 대한 처방전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정피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관피아 규제에 몰두하는 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적격을 갖춘 인사를 기용하고 민관유착 고리를 끊어낼 장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늘어난 정피아…"책임 적은 감사가 좋아" 연합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실을 통해 공공기관 300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세월호 참사 당시 161명이던 관피아 숫자가 지난 3월 말엔 118명으로 43명이나 줄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정피아는 4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기관장은 28명이고 감사는 25명이었다. 산하 공공기관이 10곳 이상인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살펴보니 3월 말 기준으로 기관장·감사 중 관피아 비율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피아 비율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높았다. 농림부는 산하기관 임원 12명 중 7명(58.3%)이 관피아로 분류됐다. 해양수산부(46.7%), 중소기업청(40.0%), 금융위원회(37.5%), 국토교통부(34.3%)도 관피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기관 임원 62명 중 정치권 출신이 14명(22.6%)으로 정피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중기청(20.0%), 국토부(17.1%), 농림부(16.7%)가 뒤를 이었다. 정피아들은 주로 감사 자리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 임명된 정치권 출신은 기관장이 7명이고 감사는 12명이나 됐다. 새로 임명된 관료 출신은 13명이 기관장, 5명이 감사로 기관장 비율이 높았다. 정치권 출신들이 감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처우가 좋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출신들은 관료 출신보다 주로 대형 공공기관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 출신 기관장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적십자사, 강원랜드, 국립중앙의료원, 독립기념관 등 규모가 큰 기관이었다. 정치권 출신 감사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역시 한국관광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대형 기관이 많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의 적폐 구조가 어느 정도 깨졌지만 그 자리를 정치인 등이 대체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정한 인사선발 시스템 중요…주주 권리 강화돼야" 전문가들은 퇴직 공직자에 초점을 맞춰 규제하기보다는 공공기관의 인사 선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피아 대신 정피아가 늘어나는 '관피아 척결'의 효과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 기관 및 기업으로 1천447개가 추가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강화 등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기업공개된 공공기관에 대해선 기관장과 감사 선임과정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할 여지가 넓어진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주주가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투명한 선발절차가 가능하다"면서 "조직에 손해를 끼치는 기관장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을 추진하면 낙하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들에 대한 지나친 배제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관료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을 할 수 없는 기업을 리스트화한 것은 후진국형으로 위헌 소지가 강하다"면서 "공무원 출신이란 이유로 배제하지 말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법에 정해진 대로 추천을 제대로 받아서 선발하는 게 해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