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거래 끊으라고 했다”…‘전속거래’의 늪_코린치안스 코치는 얼마를 받나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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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자동차 산업이 깊은 불황에 빠지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자동차 완성업체의 협력사인 하청업체들입니다.

이른바 '전속거래'에 기반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완성차 업체인 대기업의 위기가 협력사, 하청업체로 전가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오현태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가동을 멈춘 이 공장.

한때 매출 50억 원, 직원 40명이 일하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사였습니다.

수년 전부터 1차 협력사들의 단가 인하 압력이 세지면서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어렵게 자체 개발한 부품 관련 기술까지 1차 협력사가 다른 경쟁업체에 그대로 넘겼다는 게 이 업체 주장입니다.

[김임석/미래텍 대표 : "우리는 1차에서 하라면 우리는 따라가야 한다는 것, 우리가 선택권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협의 끝에 1차 협력사들로부터 그동안의 손해를 일부 보상받기로 하고 모든 거래를 중단했지만 이 과정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현대차가 1차 협력사 측에 거래를 빨리 끊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1차 협력사 관계자·김임석 대표 통화/음성변조 : "사장님이 '연말까지 시간 좀 주십시오'라고 하러 (현대차) 구매(본부)에 들어갔어요. 이쪽(현대차 구매본부)에서 완전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리 보고..."]

현대차 측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20년 넘게 현대차 측과 이른바 '전속거래'를 해온 이 업체로선 이제 와서 다른 원청 대기업을 뚫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역시 현대차의 2차 협력사인 이 업체도 1차 협력사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최근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주민국/엠케이정공(현대차 2차 협력사) 대표 "'단가 싸지만, 많이 하다 보면 좋은 날 올 거야' 이런 식으로 저희를 달래가면서 끌고 왔는데, 희망고문 해서 왔는데, 이게 물량 부분까지도 깨져버리니까 박리다매 구조가 안되는 거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보통 이렇게 하나의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1차, 2차 협력사들로 이어지는 '전속거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청업체들은 한 곳의 완성차 업체하고만 거래를 하게 되는 거죠,

전속거래 하면 물론 기업들 입장에선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하청업체들은 불공정한 거래, 그러니깐 원청업체인 대기업에만 유리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차 보면요,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현대차가 8.2%, 현대차 부품 계열사가 8.3%입니다.

그런데 350여 개 전속 협력사는 3.6%에 불과합니다.

결국 전속 하청업체들이 경영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깁니다.

[손정우/'자동차산업 중소 하청업체 피해자 협의회' 대표 : "어려운 단가지만 버티면서 희망고문을 하면서 계속 버티고 있지만 현재 작금에 와서는 이게 폭탄 돌리기, 폭탄잔 돌리기처럼 돌고 돌고 해서 한 업체 무너지고 무너지고..."]

최근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위기는 바로 이 전속거래에 기반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래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항구/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부의 지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정하게 정부 지원 혜택을 나눌 수 있도록 담보 한 후에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이달 중으로 발표할 자동차 산업 지원책엔 '전속거래' 개선책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