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야구단도 주식 상장? _카지노 석호의 식물상_krvip
<앵커 멘트>
올해 일본 시리즈에서 이승엽 선수의 신들린 방망이에 두들겨 맞은 한신 타이거스는 사실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손꼽히는 구단입니다. 그런데 최근 적대적 인수 합병 전문 펀드회사가 한신 타이거스의 모회사 주식을 은밀하게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는데 이 펀드가 모회사에게 한신타이거스 구단을 증권 시장에 상장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일본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기 구단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아 한 몫 챙기겠다는 발상을 두고 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도쿄 김대회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본의 12개 프로야구단 가운데 최고의 인기 구단인 한신 타이거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갑자원(甲子圓), 즉, 고시엔 구장을 홈 구장으로 하는 한신은 올 시즌 센트럴 리그 우승를 차지했습니다. 한신 타이거스는 올해 평균 입장 관객이 4만 2천여명으로 도쿄를 본거지로 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보다도 관중이 많은 최고의 인기 팀입니다.
열렬 팬이 많은 한신 타이거스가 한차례 우승을 할 때 마다 본거지인 오사카와 고베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6조엔, 우리 돈 약 60조원에 이른다고 일본경제연구소는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리그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일본 최대의 적대적 인수 합병 펀드인 '무라카미 펀드'가 우리 돈으로 1조원 규모를 투입해 한신 타이거스 모 회사인 한신 전철 주식의 39.77%를 은밀해 매수해 느닷없이 대주주가 된 것입니다.
한신 전철은 프로야구단 한신 타이거스의 주식 100%를 갖고 있는 모회사이고 한신 타이거스는 한국의 프로야구단과 달리 해마다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모회사의 대주주가 된 무라카미 펀드는 프로 야구단인 주식회사 한신 타이거스를 증권 시장에 상장시키라고 요구해 일본 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녹취>무라카미(펀드 대표) : "한신전철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타이거스 주식을 상장하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금을 투자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사설 펀드가 스포츠 구단에까지 손을 뻗치자일본의 언론들이 연일 톱 뉴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펀드는 6년 전 수백 억원으로 출발한 일반적인 펀드에 불과했으나 적대적 인수 합병 수법으로 주가를 올려 지금은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일본 최대의 사설 펀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한신측은 야구단 상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녹취>니시카와(한신전철 사장) : "한신 타이거스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경영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상장에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이곳 고시엔 구장을 홈구장으로 하는 한신 타이거스... 서민적인 이미지에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한신 타이거스 팬들은 주식 상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다소 높은 편입니다.
<녹취>타이거스 팬 : "일부 사람만을 위한 한신 타이거스가 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녹취>타이거스 팬: "상장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는 한신 팬이 주주로 참가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구단이 되지 않을까 봅니다"
오사카 지역에서는 요즘 타이거스 야구단 주식 상장이 최대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녹취>팬 5명(이자카야에서) : "찬성입니다" "반대입니다" "반대입니다 " "좋아지지 않으면 반대입니다" "찬성입니다"
일본의 일간 스포츠가 5천여명을 상대로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상장 반대가 55%, 찬성이 45%로 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반대 목소리가 높자 무라카미 펀드측은 인터넷 등을 통해 주식 상장에 찬성인가 반대인가를 묻는 팬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터뷰>무라카미(펀드 대표) : "처음부터 상장이 무리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것보다 왜 못하는 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 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팬 투표가 실시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프로야구단의 주식 상장 여부는 팬 투표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잉글랜드에서는 박지성 선수가 소속돼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이영표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튼햄, 그리고 인기 구단인 첼시, 볼튼 등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 주식이 상장돼 있습니다.
다만 주식이 상장돼 있다보니 언제든지 적대적인 인수 대상이 되는 헛점도 많은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의 한 스포츠 재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식을 75% 이상 매입해 거꾸로 상장을 폐지해 버리고 개인 회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일본의 프로 야구팀들이 그동안 일부 기업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지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무라카미 펀드의 주식 상장 요구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우에가키(스포츠 디자인 대표) : "상장하면 기업 정보가 더 공개되기 때문에 일본 프로야구의 근대화측면에서 아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을 투자해 놓고 일정 기간안에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는 펀드가 프로야구단 상장을 노렸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많습니다.
<인터뷰>다마키(스포츠 저널리스트) : "영국 축구리그나, 미국 메이저리그 가운데도 상장된 팀이 있으니까 괜찮은 일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라카미씨는 한신 타이거스 주식 상장에 의해 자신이 투자한 한신 전철 주식 가치를 높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야구라는 것이 주식 가치를 올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 프로야구계는 지금까지 구단 주식의 상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기 구단을 재료로 해서 돈을 벌려는 시대가 결국 일본에도 오게 됐다는 점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사설 펀드의 노림수를 경계하는 팬들의 반대로 프로야구단의 주식 상장이 무산될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논리속에 일본 최초로 프로야구단의 주식이 상장될 것인지 앞으로의 논의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