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탄은 ‘네 탓’…정부-업계 ‘이전투구’ _베타 물고기 색상_krvip

기름값 폭탄은 ‘네 탓’…정부-업계 ‘이전투구’ _해적 슬롯은 정말 돈을 지불합니다_krvip

정부와 업계, 소비자간에 기름값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연일 "세금 인하 불가"를 외치고 있고, 정유업계는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름값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차량 운행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 기름값 폭탄 원흉, 세금인가 정유사 폭리인가 한국석유공사가 전국의 98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ℓ당 1천554.04원으로 17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는 ℓ당 1천249.45원으로 최고치였던 지난해 8월 셋째 주의 1천300.22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내달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에너지 세제 개편의 영향으로 오를 예정이어서 국제 유류제품 가격이 조금만 더 오르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전망이다. 기름값 폭등에는 원유나 석유제품 가격의 급등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론은 "국제가격이 올랐다지만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국내 가격이 이렇게까지 비쌀 이유가 없다"는 데로 모아진다. 정부가 손쉬운 세수를 위해 분배에 역진적 성격을 갖는 유류세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든지, 아니면 정유사들이 국제 가격 급등을 배경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든지 둘 중 하나가 그 원인이라는 얘기다. 일단 정부측은 국내 유류세가 높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중 세금(부가가치세.교통세.주행세.교육세)의 비중이 57.7%(지난해 3.4분기 기준)로 프랑스(67.3%), 독일(64.7%) 등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휘발유나 경유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기름값이 높아야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11일 휘발유.경유 수입시 할당관세를 적용, 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사이 유류세는 1.2% 올랐지만 정유사들의 정제마진(휘발유가-원유 도입가)은 같은 기간 59%나 늘었다는 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세금은 높지 않고 내릴 수도 없으며 기름값 급등은 정유사들의 마진으로 대부분 들어갔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정제마진 산출에는 휘발유 한 제품 뿐 아니라 경유.등유.중유.벙커C유 등도 모두 고려돼야 하는데 정부가 역마진이 발생하는 중유 등은 빼고 휘발유만으로 정제마진을 산출해 정유사들의 폭리가 국내 휘발유가 급등의 모든 원인인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높은 휘발유값의 원인을 과도한 세금에서 찾고 있다. 지난 8일 국내 유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열린 산자부와 정유업계의 간담회에서도 정유업계 대표들은 정부가 거두고 있는 유류세금 전반의 인하를 요청, 높은 기름값은 세금이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 단기 세금인하, 중장기 경쟁 필요 정부와 업계의 '네 탓 공방'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구조상 과도하게 비싼 국내 석유제품값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금인하와 시장의 경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내리면 휘발유 수요가 급증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 산업연구원(KIET)이 2003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 변동폭과 수요 변동폭을 견줘보는 수요의 단기 가격탄력성이 휘발유는 0.167∼0.209, 경유는 0.240∼0.244로 기준치 1에 크게 미달했고 이를 장기간으로 분석해보면 휘발유는 0.061∼0.079, 경유는 0.079∼0.093으로 크게 낮아졌다. 세금 부담을 줄여 기름값이 조금 내려도 수요가 급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요 문제보다 세수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지난 한 해 유류관련 세금으로만 26조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돼 정부가 손쉬운 세금 거두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세금이 높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도 타당한 것은 아니다. IEA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휘발유 가격중 유류세 비중은 유럽국가들보다는 낮지만 일본(40.9%)에 비해서는 훨씬 높다. 석유제품 수입을 늘려 유류제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2002년 수입 석유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8%에 달했을 때 정유사와 제품 수입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유소에 판매되는 공장도 가격의 할인액이 ℓ당 최고 150원에 이르렀으나 수입제품이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진 지난해에는 할인액이 60원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현재 국제 석유제품시장의 수급을 감안하면, 정부가 내놓은 할당관세안 정도로는 의미있는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용량이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상태인데 2003년 이전만해도 국제 석유제품 시세가 좋지 못해 잉여제품 수출이 어려웠고 수입상들은 해외 현물시장에서 저렴한 물량을 손쉽게 들여올 수 있어 국내시장의 경쟁도가 높았지만 지금처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비싸면 석유 수입업체가 나서기 힘들어 시장의 경쟁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유영국 애널리스트는 "정유사들이 다른 부분에 비해 국내시장에서 안정적 마진을 보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서도 "국제 휘발유시장의 수급상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없는데다 운송비 등 비용을 감안하면 할당관세 적용 정도로 수입사들이 대거 수입에 나서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기간내 가시적 휘발유값 인하를 가져오려면 세금 인하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