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무서워요”_사전 라이브 베팅_krvip

“한국인이 무서워요”_브라질 축구 경기에 베팅하기_krvip

지난 1월, 필리핀에서 자동차 판매점을 운영하던 한국인 이모씨가 잠적하면서 교민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씨가 발급해준 판매서류는 허위였고, 돈을 주고 산 차량들은 필리핀인들 명의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인터뷰>피해자 : “보험도 사기래요. 이건 보험료 낸 영수증인데 지금 보험도 없이 타고 있는 거에요.”

일부 차량은 이미 도난신고가 됐고, 필리핀 차주들은 차를 빼앗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 “주인이 필리핀인 경찰이라는데 무서워요, 해코지할까봐..”

취재가 시작되자 필리핀 당국은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 도와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메트로마닐라 개발부 차관 : “이번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라 사건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멘트>

교육이나 관광을 위해 이곳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수가 한해 백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국인 체류자들이 늘면서 같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국인이 관련된 사기사건이 급증하면서 이곳 교민사회에서는 한국인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한 빈민촌,

대학에 재학중인 이상은씨는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서 선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가기 위해 승합차에 빼곡이 들어앉은 어린이들은 스무 명 남짓,

돈이 없어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빈민촌 아이들에게 교회 차량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녹취> 필리핀 어린이 : "차를 타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교회 측은 지난해 구입한 이 승합차를 더 이상 운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은 (피해자) : "거의 10개월 정도 차를 썼거든요. 그래서 엄청 좋아하고 그랬었는데 경찰한테 잡혀가면 벌금 몇 만 페소 낸다고 그래서 그게 무서워 가지고..."

교회 측이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 1월,

구입한지 석 달이 지나도록 번호판이 나오지 않아 필리핀 교통 당국에 확인한 결과 차량 소유자가 엉뚱한 사람 이름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상은 (피해자) : “차를 사면 OR/CR이 나오는데 저희 아빠 이름이 써져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게 저희 것으로 돼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까 이게 필리핀 사람 이름으로 돼 있는 바람에...“

자동차 판매점에서 받은 서류는 가짜였고 차를 판 판매점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승합차와 함께 구입한 소형 승용차는 차량 명의자인 필리핀인이 찾아 와 자신의 차라며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인터뷰> 이상은 : “차량 한 대는 명의가 돼 있는 사람이 와서 가져가 버렸어요. 한 대는 주인이 경찰이라는데 더 무서워요. 해코지 할까봐...“

이 씨 가족이 차를 구입한 필리핀의 자동차 판매점은 한국인 이 모씨가 필리핀인 부인 명의로 사업을 해왔지만 지난 1월 갑자기 문을 닫았고, 두 사람은 잠적했습니다.

지금은 이미 다른 판매점이 들어섰지만 피해자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김모씨 (피해자) : “페이퍼의 필리핀 원주인들이 지금 돈(차값)을 안내면 도난차량으로 경찰에 등록한다고 해서 한인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요“

자녀 교육을 위해 필리핀에 건너온 김씨는 자녀 통학용으로 ‘선금 30%에 나머지는 3년 할부’약정으로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선금과 할부금, 그리고 보험료 명목으로 지금까지 이 씨에게 건넨 돈만 1500여만 원, 하지만 차량 구입을 대행해준 이 씨가 잠적하면서 돈을 모두 날릴 판입니다.

<녹취> 김모씨 (피해자) : “(이씨가) 돈을 받아서 은행에 하나도 안냈다는 거죠. (이씨로부터) 영수증을 받고 직접 (돈을) 주는 거에요. 믿고 한 거죠. 다른 분 같은 경우 일시불로 샀는데 할부로 전환이 돼 있는 경우도 많아요.”

같은 한국인이라 말이 통하고 까다로운 할부 조건도 문제없이 해결해준다는 이 씨의 말을 믿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녹취> 김모씨 (피해자) : “필리핀 매장에 가면 요구하는 서류들이 많아요. 그걸 일일이 언어가 잘 안 되는 상태에서 적기가 힘들어요. 보통 필리핀에서는 워킹비자가 있는 분들에 한해서 (할부로)살 수가 있는데 방문비자가 있어서 필리핀인 이름으로 해서 대행을 해줘요”

이 씨 부부가 할부금을 내지 않고 잠적하자 차량의 명의상 주인인 필리핀인들은 자기들이 주인이라며 차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한 필리핀인, 차량 3대의 소유주로 등록돼 있습니다.

물론 명의만 빌려준 것입니다.

<인터뷰> 필리핀인 차주 :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차량을 할부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제 명의가 필요하다고 한성 자동차 센터에서 말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받은 돈은 차량 한 대당 우리 돈 100만 원 정도, 이들은 한국인들이 할부금을 갚지 않거나 차를 돌려주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필리핀 차주 :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화가 났습니다. 제 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말했는데 저도 역시 피해자입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이 씨는 찾을 수 있을까?

문제의 자동차 판매점이 위치한 지역 경찰서에는 일부 피해자들의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필리핀인들 사이에 소유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씨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습니다.

<인터뷰> 파라냐케 경찰서 담당 경찰 : “우린 잡을 수 없습니다. 신고한 피해자들이 이 씨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경찰서로 와서 진술서를 작성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알려준 상태입니다.“

최근 피해자들이 서로 연락에 나서며 파악한 피해 규모는 차량 150여대에 피해금액만 40여억 원,

하지만 아직 사기 당한 사실조차 모르며 도난신고된 무보험 차량을 몰고 있는 피해자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모임 대표 전화 : "같은 한국인이라 믿고 샀는데 참 황당하죠. 지금도 제보해오는 분들이 계속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벌이는 또 다른 범죄는 보이스피싱입니다.

최근까지 보이스피싱을 일삼다 손을 떼고 노숙자로 살고 있다는 김모씨,

김씨는 주로 혼자 있는 여행객들을 노렸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 “혼자만 있으면요 말을 좀 붙여가지고 도와주는 척을 해서 전화기는 아무 때나 제가 뺄 수가 있어요. + 한국사람들은 좀 신난다 싶으면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습니까?’ 그러면 누구나 주거든요.”

일단 전화기를 손에 넣으면 저장된 가족이나 친구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갖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 “지금 감옥에 있어서 직접 전화를 못하십니다. 이 사람이 사람을 때려서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연락을 좀 해달라는데 합의를 보려면 한 2백만 원 정도 필요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방법에 넘어간 피해자는 많았습니다.

장모씨는 실제 김씨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고 감옥에 있다는 동생을 위해 백삼십만 원을 보내줬습니다.

<인터뷰> 장모씨 : “의심은 했었지만 동생이 감옥에 있다면서 시간이 없다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돈을 입금받는 데는 또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이 이용됐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혹시 송금 좀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다 받아줍니다 바로 받아줍니다. (수수료는 드릴테니까 좀 받아줄 수 있어요?) 그러면 다 좋아하죠. 뭐 이 사람도 나중에 내가 이용할 수가 있어. 계좌만 받는 게 아니라 친해지면 이 사람 전화기도 내가 빼면 되잖아요..”

다른 사람 전화기로 다른 사람 계좌를 이용해 돈을 빼내는 이같은 방식의 보이스피싱은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인터뷰> “제가 이쪽에 놀러온 사람 계좌를 쓰고 이쪽 사람 전화기를 쓰고. 그러면 이 사람은 이 사람한테 돈이 넘어갔는데, 나중에 신고하면 이 사람도 놀러갔다 왔거든. 그럼 받을 수 없는 금액이죠.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어디서 잡을 수도 없는 거예요.”

<인터뷰> 피해자 장모씨 :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며칠 뒤에야 알았어요. 동생과 연락이 되고 난 다음에. 계좌도 다른 사람 계좌더라고요."

한해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백여만 명,

하지만 교민과 관광객들의 수가 늘면서 같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 범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을 가장 조심하라,

지금 필리핀 한인사회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