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무대 900회 산 증인, 상임지휘자 김강섭 씨 _포커에서 성공하는 방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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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가 대중가요 프로그램으로는 최장수지? 전 팀장.” 전진국 KBS 예능2팀장이 “‘전국노래자랑’이 있는데요”라고 대답하자 “그건 아마추어 프로그램이고 기성 가수 프로그램으로는 우리가 최고 장수잖아.”라며 다시 묻습니다. 25일 여의도 모 식당에서 열린 '가요무대' 9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가요무대' 상임 지휘자인 김강섭(70) 씨가 전진국 담당팀장에게 건네는 말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짙게 묻어났습니다. 김씨는 악단 지휘자로 19년 간 '가요무대'를 지켜온 '가요무대'의 산증인입니다. 1985년 11월에 시작한 '가요무대'가 내달 8일로 900회를 맞습니다. 그 동안 PD도 여럿 바뀌고 작가도 많이 스쳐갔지만 그는 1995년 정년퇴임하기 전까지는 KBS악단장으로, 이후에는 '가요무대' 상임지휘자로 900회 동안 '가요무대'와 희로애락을 같이 했습니다. "나보다 가요계 뒷얘기를 많은 아는 사람도 드물 거야. 내가 아는 얘기 다 풀어 놓으면 패티 김, 나훈아가 자존심 상해서 나 잡아 먹으려고 할 걸?" 그는 먼저 우스갯소리부터 던집니다. 한국 가요계의 '큰 별'이라 할 수 있는 패티 김이나 나훈아도 그에게는 함께 음악을 시작하고 가르쳤던 가수들에 불과합니다. "내가 가수 최희준을 스카우트했어. 내가 이끌던 밴드가 서울대 법대 신입생 노래자랑에 음악을 반주하러 갔거든. 당시 최희준이 '냇킹 콜'의 노래를 썩 잘 하더라고." 최희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가수로 데뷔시킨 이도 김씨다. 그는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로 돌아간 듯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김씨가 KBS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1년. KBS악단장으로 입사하면섭니다. "그 전에도 프리랜서로 악단 음악을 하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한 것은 1961년부터지. 그렇게 따져도 벌써 34년이나 됐네. 지구상에서 같은 직업 제일 오래 한 사람은 김일성이고 아마 그 다음이 날 거야." 그는 정년퇴직 이후로도 '가요무대'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가 중동 '리비아' 공연 빼고는 지금까지 '가요무대' 전 프로그램에 다 참가한 것 같아요. 리비아 공연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악단이 가서 전 빠졌죠." 그는 가수들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호랑이 선생'으로도 유명합니다. 가수들이 노래 연습을 게을리했다거나 잘못된 것을 우길 때는 그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호통쳐 담당 PD가 제발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 "'가요무대'의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PD가 곡을 선정해 해당 가수들에게 미리 연습해오라고 하는데 일부는 연습을 해오지 않는 거지. 연습을 해온다고 해도 노래방에서 연습을 해오기 일쑤지. 근데 노래방에 있는 가요 책들은 제대로 된 것이 없어. 그런데 노래방에서 노래 연습해오고 틀린 부분을 맞다고 자꾸 우길 때는 내가 미치지." 그러면 제대로 된 가요집을 낼 생각을 없느냐고 물었던지 "출판사에서 요청은 있는데 그냥 공짜로 해달라고 해서 안 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가요가 수십만 곡이나 돼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습니다. 가요계 어른인 그는 요즘 가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 가수들은 옛날 가수보다 노래 못해요. 그리고 요즘 가수들은 리듬 위주야. 옛날 가수들은 멜로디 위주인데 말이야. 리듬은 잘만 타면 누구나 노래 잘하는 것처럼 들리지." 그는 "옛날 가수들이 가창력이 뛰어나다"며 "노래 잘하는 가수로 패티 김, 정훈희 등을 꼽았습니다. 그는 "70-80년대 대학 다니며 통기타 음악 듣던 사람들이 이제는 트로트 음악을 즐겨 듣는다"며 "젊은이들의 노래에는 액션과 비트가 있지만 가사, 멜로디에 대한 음미가 없다"며 트로트의 매력을 가사와 멜로디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딸들이 미국으로 자꾸 오라고 해도 음악이 좋고 방송이 좋아 계속 '가요무대'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