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VS “안전”…시각장애인도 롤러코스터 탑승 가능해질까?_사고로 돈 벌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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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VS "안전"…1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측 손 들어줘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 김 모 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 1명당 200만 원씩, 모두 6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티익스프레스'(롤러코스터), '범퍼카' 등에 대해 장애인 탑승을 금지한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안전 안내책자를 수정하라고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규정은 그대로입니다. 삼성물산 측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은 지난 22일 열린 첫 공판부터 새로운 쟁점이 드러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① 대다수 장애인들이 현행 규정 폐지에 찬성하는가?

항소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규정을 고치는 것이 김 씨 등 원고를 제외한 다른 장애인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 등 3명이 장애인 전체를 아우른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에 김 씨 측과 뜻이 같은지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놀이동산 측의 제한 없이 놀이기구에 탑승하게 될 경우 오히려 위험해진다고 생각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면, 현행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모든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타도록 강제하는 판결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며 "비장애인 역시 놀이기구에 대한 선호는 장애인과 동일하게 있는 만큼, 장애인만 꼽아 통일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놀이기구 탑승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을 에버랜드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막고 있다는 것을 쟁점이라고 말하면서, 재판부의 이번 제안은 논점을 흐릴 수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② 장애인이 탑승하는 것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한편 삼성물산 측은 시각장애인이 일부 놀이기구에 탑승하게 되면, 안전 운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은 놀이기구에 탑승·하차하는 과정, 사고 시 비상탈출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물론 다른 승객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규정이 차별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위한 보호조치인 만큼 유지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만일 규정이 변경되면 해외에서처럼 탑승 전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는 각서'를 작성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 측 변호인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시각장애인의 '티익스프레스 탑승이 위험하다'는 삼성물산 측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검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 치열한 법리 다툼 예고 … 유사한 사례에도 영향 끼칠 듯

이미 이번 재판과 유사한 사례 여러 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지난 14일에는 한 시민단체가 청각 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한 놀이동산 세 곳에 대해 장애인차별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앞서 렌터카업체와 헬스클럽이 청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용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진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이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장애인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각종 사례에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