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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1년 6월 24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 김용석 기자 yongseok@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김용석기자: 석달여 동안의 가뭄으로 저수지,하천 할 것 없이 물줄기가 온통 말라붙고 말았습니다. 물이 나올만한 곳은 모두 파 보지만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장비는 모두 동원됐습니다. 이미 말라죽은 밭작물을 바라보는 농민의 가슴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농민(할머니): "심정이 속상하지. 젊은 사람도 아니고, 70이된 늙은이가 한 톨이라도 해먹고 땅 안 묵힐려고 이렇게 한 건데..." *농민(할아버지): "열흘안에 비가 안오면은 그냥 타죽으면은 또다시 여기 2모작도 못하고, 아주 그냥 버리는 거지. 아주 망치는 거지." *김용석기자: 한 방울의 물이 아쉬웠던 가뭄끝에 단비가 내리자 이번에는 홍수피해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봄가뭄 속에 어렵게 키워온 벼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채 자라기도 전에 완전히 잠기고 말았습니다. 수확을 하던 양파도 출하 직전에 물난리를 만났습니다. 힘겹게 지어온 양파 농사를 한 순간의 비가 망쳐 놓았습니다. *이종수(경남 함양군 유림면): "오늘 밤만 자고 나면 다 썩는 겁니다. 이거 담아 봐야 못 씁니다." *김용석기자: 특히 올해는 장마기간이 다음달 하순까지 한 달 간 계속되고 강우량도 예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수해가 우려됩니다. *박정규(기상청 기후예측과장): "폭발적인 자연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한 번 홍수가 나면 엄청난 피해가 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김용석기자: 이처럼 해마다 가뭄과 홍수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은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6월에서 9월 사이의 장마와 태풍기간에 집중되는데다 지형적으로 하천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총 강수량의 74%나 되는 물이 일시에 바다로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천283밀리미터로 세계 평균 강수량 보다 30%나 많은데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습니다. 전국의 댐과 호수,그리고 저수지에 충분한 양의 물을 가둬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히 호수와 저수지 바닥에 쌓이는 막대한 양의 토사가 물 부족을 가중시킵니다. 충남 당진군과 예산군,아산시 등 4개 시.군 논 만8천헥타에 물을 공급하는 삽교홉니다. 지난 79년 준공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한기남(태성산업 대표): "가물고나서 이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니까, 저희도 여기 바닥이 드러나서 수심이 이렇게 얕은 줄 몰랐습니다." *한기남(태성산업 대표): "지금 제일 깊은 부분이 5미터인데요, 삽교호내에 토사가 쌓인 곳이 5미터는 제일 깊은 부분이고 평균 3-4미터가 토사가 쌓였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김용석기자: 지금 이곳도 호수 바닥입니다. 그러나 토사가 쌓여 바닥이 이렇게 높아졌습니다. 토사가 호수 바닥에 쌓임에 따라 삽교호에 가둘 수 있는 실제 물의 양은 7천2백만톤으로 준공 당시 8천4백만톤에서 무려 14%나 줄었습니다. 쌓인 토사가 둑을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김창배(농업기반공사 당진지부): "예산군, 또는 아산시 일대의 산업화로 인해서 개발이 급속도로 추진됨으로 말미암아 토사유입이 가중돼서 현재로서는 1년에 60만 입방미터 이상의 토사가 삽교호로 유입되는 걸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태대로 간다면 100년후에는 삽교호 유역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감당하고 있는 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그런 위기에 있습니다." *김용석기자: 이처럼 토사 유입이 가중되면서 전국 호수와 저수지 만8천여 곳의 저수량은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0%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줄어든 저수량은 무려 3억톤으로 춘천댐 2개의 저수량과 거의 같습니다. 호수나 저수지에서 농경지까지 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의 손실은 훨씬 더 많습니다. 물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은데다 가물수록 땅속으로 더 많은 물이 스며듭니다. *이근(경북 성주군 수륜면): "여기 풀이 나더라도 풀만 약간 뽑을 정도지 여기 삽을 못 댑니다. 그러니까 저 위에서 물이 넘칠 정도로 내려와도 여기 끝에 오면 1/4정도밖에 안 내려옵니다. 다 스며들지.그러니까 시멘트 수로가 절실히 필요하지요." *김용석기자: 전국의 농업용수로 가운데 콘크리트 등 구조물이 28%고 나머지 72%는 흙수롭니다. 이러한 흙수로에서 땅밑으로 스며 손실되는 농업용수는 전체 저수량의 20에서 30% 정도로 추산됩니다. 수로에서 손실되는 양이 저수량 26억톤의 소양강 댐 물 보다 더 많은 연간 28억톤에 이릅니다. 전국의 농경지가 가뭄에 타들어 가는데도 물 걱정이 전혀 없는 곳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성주군 들녘입니다. 산중턱의 계단식 논에까지 물이 넘칩니다. 산허리를 가로질러 설치된 농업용수로를 통해 물이 끊임없이 논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농업용수로는 산중턱을 따라 농경지가 있는 곳은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최병표(농업기반공사 성주지부 기반조성부장): "여기는 성주댐으로부터 6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인데 저 물길을 통해서 여기 산이나 산에 있는 밭,논 그리고 이 참외밭에 물을 공급합니다." *김용석기자: 못자리는 흔히 물을 대기 쉬운 낮은 논에다 설치하지만 이곳에서는 산 중턱 논에 못자리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돕니다. 언제든지 물을 끌어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인갑(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댐 수로물이 아니면 여기 지금 물 구경을 할 수 없지요." *김용석기자: 성주군 9개면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성주댐 입니다. 지난 97년 댐이 완공된 이후 이곳 농민들은 가뭄과 홍수 걱정에서 벗어났습니다. *이근(경북 성주군 수륜면): "농사짓기가 아주 편리하니까, 우리는 성주댐 저 자체를 보배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석기자: 석달 이상 비다운 비 한번 내리지 않았는데도 하천마다 댐에서 내려오는 물이 넘치고 있습니다. 하천이 마르지 않도록 일정한 양의 물을 댐에서 방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업기반공사 성주지부에 있는 성주댐 관리실 입니다. 댐에 물이 어느정도 유입되고 있는지, 농경지에 물을 어느정도 공급해야 하는지 등 컴퓨터를 통해 물을 감시하고 조절합니다. *황동규(농업기반공사 성주지부 기반정비과장): "컴퓨터를 통해서 적기 적소에 필요한 양의 물을 공급함으로써 용수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고, 특히 야간에 기습폭우시 사람이 수문을 조작할려면 약 120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지 않고 3분이내에 즉시 여기서 수문을 조작함으로써 재난 및 인명 보호에 큰 효과가 기대됩니다." *김용석기자: 경기도 연천군과 동두천시 일대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한탄강 입니다. 강 바닥이 완전히 드러날 만큼 말라있습니다. 생활용수로 쓰는 취수장도 바닥이 곧 드러날 정돕니다. 말라붙은 강바닥을 파서 고인 물을 끌어 올립니다. 군장병들까지 나서서 말라버린 논바닥을 적시는데 온힘을 쏟습니다. 밭작물은 거의 다 말라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탄강에서 생활용수를 끌어다쓰는 동두천시 주민들은 지난달 심한 식수난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박옥환(동두천시 상패동): "누가 화장실 간다해도 문을 잠궈놓은 거야, 그렇잖아요?잠궈놓고 동네 통 다 갖다놓고 물 받아놓고 지하수에서 밤낮 물 길어다 쓰고 장사 안했으면 더 애로점이 얼마나 많아요. 쌀 닦고 밥해야 되는데. (장사도 못했어요?) 못했지요. (물이 없었어요?) 네." *김용석기자: 가뭄피해가 심했던 한탄강과 임진강 주변 경기북부 지역은 지금은 다시 홍수피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탄강 상류 차탄천 입니다. 가뭄으로 강바닥에 물이 말라 이렇게 걸어서 건너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중호우 때는 이곳 하천이 순식간에 범람해 주변 농경지는 물론 인근 연천시가지까지 침수피해를 내기도 합니다. 경기북부지역이 가뭄과 홍수피해가 큰 것은 한탄강과 임진강에는 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완호(한국수자원공사 부장): "임진강유역은 2/3가 북한에 소재하고 있고 북한지역은 산림이 황폐해서 비가 내렸을 때 단시간에 하류로 집중하게 돼 있습니다. 또 이 한탄강 유역은 지형적으로 볼때 하상의 경사가 급경사입니다. 그래서 비가 내렸을 때 하상으로 빨리 모이고 모인 물이 바다로 빨리 내려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홍수 때는 대홍수를 이루고 가뭄때는 건천화를 만드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용석기자: 아직도 모내기를 하지 못한 한탄강 유역에 소방차가 출동했습니다. 논바닥이 얼마나 타들어 갔는지 비가 내리는데도 소방차로 물을 댄 뒤에야 겨우 논에 물이 고입니다. *김남철(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소방차가 물을 공급해주니까 모를 낼 수가 있는 이 비오는 거 가지고는.. 지금 저거 물을 안 준 자리거든요.지금 말라 있잖아요. 저기다가 물을 부어 이렇게 만든거예요. 지금 밑에 말랐던데만 적셔줬지 물은 하나도 지표면에 올라오지 않았죠,지표면에 올라오는 거를 소방차가 만들어주는 거죠." *김용석기자: 전국에서 한해 동안 이용하는 물은 연평균 총강수량 천276억톤의 불과 26%인 331억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166억톤은 하천에 흐르는 물이고 40%정도인 133억톤만이 댐에서 취수됩니다. 이렇게 확보한 물에서 73억톤은 생활용수로 쓰고 29억톤은 공업용수로,158억톤은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피해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댐 확충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댐 건설 정책은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환경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만 모아가지고 공급하겠다는 것이 우리나라 수자원정책의 기본입니다. 두번째로 댐을 만들게 되면 지역주민들한테 여러가지 피해가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지역개발 또는 기상변화 등이 생기는데, 그런 피해를 유발하고 조금도 어떤 다른 혜택이 없는. 그런 대표적인 예가 춘천에서 물값소송문제라든지, 댐 만들어 놓고 피해를 입히고는 물값까지 내라는 거죠. 그래놓고 다른 곳에 가서 댐 만드시오 하니까 다른 곳에서는 안 하겠다는 것이죠." *김용석기자: 물 수요는 해마다 크게 늘어 5년 뒤인 2006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물이 부족하기 시작해 2011년엔 연간 18억톤, 2020년에는 연간 26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0년 뒤에는 서울시 인구가 현재 연간 사용할 수 있는 15억7천만톤의 물 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중소규모 댐 12개 정도를 건설하기로 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올해안에 세부계획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최영철(건설교통부 수자원국장): "앞으로 댐건설은 환경변화를 최소화하는 중소규모 위주의 환경친화적으로 건설할 계획이고 지역주민들이 지금까지 댐건설을 반대한 것은 댐건설지역과 물 공급받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댐건설지역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용석기자: 하지만 댐을 건설하는 것만으로 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충남 아산시와 경기도 평택시 등 충남과 경기도 지역 논 만3천헥타에 물을 공급하는 아산홉니다. 석달이상의 가뭄에도 60%가 넘는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산호에서 불과 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삽교호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물속에 잠겼던 어구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호수 바닥 곳곳이 드러나 있습니다. 저수율은 불과 3%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바싹 내려갔습니다. 바로 인근 지역에 있는 아산호와 삽교호 저수율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아산호는 저수량이 삽교호 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데도 물을 공급해주는 농경지의 면적은 오히려 삽교호 보다 5천여헥타나 적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삽교호 주변 농경지는 가뭄피해가 발생할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역별 물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호수와 호수, 댐과 댐을 연계해서 운용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요 강의 수계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물의 관리는 시간과 공간으로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어떤 시기에는 부족했다가 어떤 시기에는 넘쳐났다가 어떤 곳에는 부족하고 어떤 곳에는 넘쳐나고 이게 바로 수자원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시.공간적으로 물을 가장 잘 활용하고 가뭄때 또 장마때 우리가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 있는 물 그릇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수계통합이 필요합니다." *김용석기자: 지난 140년간 전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약 0.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따라 전세계적으로 가뭄지역이 확대되면서 피해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홍수지역도 크게 늘고 있고 특히 한반도 주변지역에서는 집중호우와 심한 가뭄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정규(기상청 기후예측과장):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수증기도 따라서 많아지고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 폭발적인 자연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그래서 한 번 홍수가 나면 엄청난 피해가 날 가능성도 높습니다.반면에 중국대륙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가뭄현상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이런 자연재해라든가 극단적인 자연현상에 대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김용석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피해를 자연재해로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국은 물을 식량과 함께 국가 안보상 전략자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을 적절히 다스려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