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이 비루스를 전파”…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_포커 스페이스 쿠리티바 수용력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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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코로나 발병을 적들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책동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으로 규정하고, '수령 보위'를 방역의 최고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이어서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적들의 코로나 비루스 전파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리자".

북한이 황급히 국경을 폐쇄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선전선동부가 각급 당조직에 내려보낸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료입니다.

적들이 북한 내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려는 검은 흉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분계지역에서 새들이 죽고, 국경지역에서 정체모를 자들이 액체를 강에 쏟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 내부에 전염병을 퍼뜨려서라도 공화국을 어찌해 보려는 적들의 음흉한 기도", "국가최고지도부의 안전을 해치려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선 경찰인 인민보안원들에겐 방역 투쟁을 '적과의 총포성 없는 전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수령 보위'를 최고 목표로 내세웁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남한 정부가 독극물이 든 기구를 북으로 날려 보냈다는 거짓 주장을 상기시키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혁명의 수뇌부 결사 옹위, 팬데믹 상황조차도 외부 세력에 책임을 전가하고 그리고 그걸 통해서 주민의 경각심 내부 결속을 강화해가지고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게 하는..."]

국가보위성이 작성한 대책보고 자료에는, 탈북민을 외부의 적으로 적시했습니다.

탈북민들이 바이러스를 묻힌 1달러 지폐를 병에 넣어 서해를 통해 황해남도로, 압록강을 통해 평안북도로 보냈다, 강원도로는 풍선을 날려 보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전문가 실무자들은 아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생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잖아요. 그거 알려줬다간 수용소행이겠죠. 주민들 속에서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웃죠."]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펜데믹 초기, 북한의 방역 목표는 체제 유지에 쏠려있었음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최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