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반토막 났는데 유류할증료가 뭡니까?_돈 버는 로봇_krvip

국제유가 반토막 났는데 유류할증료가 뭡니까?_베팅 번역_krvip

2005년 4월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로 소개됐다.

정부의 도입 취지는 이랬다. '항공산업은 영업비용 중 유가비중이 30%에 달한다. 유가변동에 연동해 유류할증료를 부과함으로써 항공가 원가 부담을 상쇄하고 장기적인 운임 상승 요인을 억제해 여행자 편익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즉 운임과 별도로 국제 유가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만들어 고유가 때에는 할증료를, 유가가 낮을때는 할증료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얘기였다. 당시 중국의 경기 호황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업계의 애로 사항을 반영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후 10년. 유류할증료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사실상의 항공요금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설정된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어 웬만큼 유가가 떨어지지 않고서는 유류할증료가 붙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항공요금 인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제유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은 전날보다 10% 이상 급락, 배럴당 66.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38% 하락한 것이다. 2009년 9월 2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8년 150달러를 넘었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이렇게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유류할증료는 여전히 내야 한다는 데 의문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1일 아침 인천발 뉴욕행 대한항공 비행기 표를 결제하려던 정모(36)씨는 짜증이 났다. 올 연말 신혼여행으로 뉴욕을 가기 위해 항공권을 1인당 225만원에 결제하려 했는데(이코노미석), 내역서를 보니 유류할증료 20만 1000원(180 달러)이 부가돼 있었던 것.

항공사에 항의했더니 최근 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이 올 초 15단계에서 9단계로 떨어져 그나마 조건이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씨는 "기름값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유류할증료를 따로 낸다니 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이 항공사에게 유리하도록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단계는 전달 중순에서 이달 중순까지 한 달간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 항공유(MOPS)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싱가포르 항공유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 160센트 미만일 때가 1단계에 해당한다. 이후 10센트 단위로 1단계씩 높아지는 구조로 돼 있다. 최고 33단계까지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유류할증료가 붙지 않았을 때는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불과 6개월에 불과하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심각한 불황으로 WTI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가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금융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 한 유류할증료가 없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름값이 떨어져야 유류할증료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까.

지난주 금요일(11월 28일) 기준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 항공유(MOPS)의 가격은 갤런당 208. 24센트. MOPS가 150센트 일때부터 유류할증료 1단계 구간이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류할증료 면제기준(149센트)까지 가려면 지금보다 MOPS가 28%나 더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MOPS의 경우 두바이유와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미 기름값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 추가로 30% 가까이 기름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이 지나치게 항공사에 유리하게 책정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10년간 유류할증료가 면제된 게 단 6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유류할증료의 당초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항공사들은 최근 급락한 기름값 때문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3분기까지 영엽이익 24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4억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큰 이익을 냈다. 유류비 지출이 770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큰 이익을 내는 이 시점에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을 현실에 맞춰 소비자를 위해 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