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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사격 훈련을 받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출처: AFP)
■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침공"…"러시아를 막을 군사력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토니 라다킨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지난 12월 9일, "최악의 경우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유례없는 침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10만 명의 병력을 이동시켰습니다. 우크라이나 첩보부대장인 키릴로 분다노프 장군은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의 도움이 없이 러시아의 총공세를 막아낼 군사력이 없다"면서 뉴욕 타임스에 열세를 자인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도 잠궜습니다. 러시아는 계약상의 문제 때문이라지만,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스관 잠금'이 위력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40%를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가스관은 북쪽에서부터 노르트스트림1과 야말-유럽 가스관, 우크라이나 통과 가스관(브라더후드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잠근 것은 폴란드를 통과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입니다. 우크라이나 통과 가스관도 20%가량 공급량을 줄였습니다.


■ 천연가스 가격 10배 폭등

유럽시장의 가격 지표인 네델란드 천연가스 선물(TTF선물)가격은 2021년 초 1MWh당 17유로에서 12월 21일에는 180유로까지 올라갔습니다. 1년 새 10배가 뛴 것입니다.

미국에서 30척이 넘은 LNG운반선이 항해를 개시했다는 소식과 1월 10일로 예정된 미·러 안보보장 협상 소식에 다소 진정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연초 대비 5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이런 상황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전기요금과 물가 등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면서 천연가스가 전기 생산에도 중요해졌습니다. 2021년 여름처럼 북해의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거나 햇빛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면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전기 공급을 하지 못합니다. 상대적으로 탄소 발생이 적은 천연가스 발전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메꾸고 있는데 천연가스값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따라 오르게 됩니다.


■ 푸틴 "위협받는 건 러시아"…대화 해결 가능성도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일까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성탄절 전날 4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격정적으로 "위협당하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서로 된 안전보장 안을 요구했습니다.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 폴란드, 체코 등 러시아 서쪽의 옛 바르샤바 동맹국들이 나토로 전향하면서 러시아가 동맹국을 잃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토 동맹국들은 크림반도 침공에서 보듯 침략적인 행위는 러시아가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12월 30일의 바이든-푸틴 전화통화에 이어 1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실무 협상을 벌입니다. 12일에는 나토와 러시아, 13일에는 OSCE(유럽안보협력기구)와 러시아의 연쇄 협상이 예정됐습니다.

러시아의 비포장도로는 가을과 봄에 뻘밭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발생합니다. 탱크조차도 뻘밭에 빠질 수 있어서 외신은 땅이 얼어붙는 1월 중순부터 땅이 다시 뻘밭이 되는 3월 말 사이의 두 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대화로 풀릴 가능성도 있지만, 결렬될 경우 이 두 달이 침공이 유력한 기간입니다.


■ 가스료 오르나…한국은 천연가스 20년 장기계약

대화로 긴장이 풀리더라도 높은 가스 가격은 경제적 여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아시아지역 LNG 스팟 가격은 이미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12월 4주차 아시아 LNG 2월물 스팟 가격은 전주대비 495센트 오른 1mmbtu당 48달러 30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소 10개의 LNG 화물이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아시아로 향하던 LNG 물량이 유럽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금은 아시아 지역의 기온이 온화하고 재고가 많지만 1월과 2월에 기온이 하강하면 아시아와 유럽 간의 물량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상승이 곧바로 국내 가스요금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국내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70~80%는 약 20년간 장기계약이 돼 있습니다. 카타르나 미국, 호주와 장기 공급계약이 돼 있고 유가변화에는 가격이 연동되지만 일시적인 LNG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부족한 물량에 대한 스팟 선물거래 가격이 오르더라도 국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스공사는 올해 겨울을 대비한 물량은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 수입물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 우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상황은 아닙니다. 우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대체 에너지인 석유 가격도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실장은 "올 겨울 북반구에 강추위가 예상이 되는 데다 유럽에서 시작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영향을 주면서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렸던 유가가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가 인상은 다양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유럽의 경기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유로 약세도 예상됩니다. 달러는 강세를 보이겠고 그렇게 되면 국내 수입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심상치 않습니다. 천연가스값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유럽 곳곳의 알루미늄 제조사, 아연제련소와 비료 공장이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실제로 아연은 최근 한 달 새 10%, 알루미늄 가격도 5% 가격 올랐습니다. 전쟁 가능성에 따른 시장 불안이나 혼란스러운 경기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 에너지와 희토류 의존하는 한국…'자원 무기화' 파고 넘어야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 두드러지는 '자원 무기화' 경향입니다.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가스관으로 압박하는 러시아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이나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 사건에서 보듯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 수출 제한이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는 의도적이고 일부는 비의도적인 현상이지만 결과적으로 과거처럼 안정적인 공급망은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차전지에 사용되는 니켈과 망간 등 주요 소재는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100%, 리튬은 83%가 중국산입니다. 지난 1년간 상당수 소재의 가격이 2배가 됐고, 일부 소재는 값이 3~4배 오를 정도로 벌써부터 우리 배터리업계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단 한 국가에 80% 넘게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천 9백여 개로 전체 수입품목 10개 가운데 3개에 이릅니다. 또,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고 있어서,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급 상황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