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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 해보니 어때요?"

이 평범한 질문에 이제 한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든 모나(가명)씨 표정은 달라졌습니다. 눈물과 함께 터진 울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연관기사] [뉴스9] “매달 50시간은 공짜 노동”…농장 이주노동자들의 ‘눈물’

■ 휴일은 한 달에 이틀, 262시간 일하고도 월 급여는 121만 원


캄보디아에서 대학을 다니던 모나 씨는 2015년 5월 한국에 왔습니다. 두 동생 학비를 벌어야 하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20대 청년 누구나 가질 만한 다른 나라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모나 씨의 일터는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비닐하우스 농장. 만 4년 가까이 호박, 오이, 고추, 상추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동경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휴일은 한 달에 단 이틀, 한 달 평균 무려 262시간을 일했습니다.

근무도 고됐지만,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모나 씨에겐 큰 고통이었습니다.


■ 계약서 달리 매일 2시간 추가 근로…월 50만 원 수당은 못 받아

근로계약서 상 모나 씨의 근무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 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계약서와 달랐습니다. 근무는 오후 4시가 아니라 오후 6시에 끝났습니다. 매일 2시간씩 추가 근무를 한 겁니다.

그런데 2시간 추가 근무 대한 수당은 받지 못했습니다. 모나 씨의 추가 근로수당은 월평균 약 50만 원. 46개월 동안 합치면 2천130만 원에 달합니다.

모나 씨의 평균 월급이 121만 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모나 씨에게는 매우 큰 액수입니다.

■ "여기 하우스는 다 2시간씩 더 일해"

모나 씨가 용기를 내 농장주에게 '매일 2시간 더 일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농장주는 "여기 (비닐) 하우스는 전부 다 2시간씩 일을 더 해"라고 답했습니다. 모나 씨가 수긍하지 않자 "월급에서 너 숙박비로 30~35만 원 씩 떼는 거야"라고 설명했습니다.

표준근로계약서에 숙박비는 사업주와 근로자 간 '협의'에 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협의'는 없었습니다. 농장주가 얼마를 공제할지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외진 농촌에서 다른 숙소를 구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농장주는 매달 30~35만 원을 공제한다고 했지만, 미지급한 금액은 이보다 많은 5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농장주가 제공한 '월 30만 원짜리' 숙소는 컨테이너로 만든 불법 가건물이었습니다. 겨울엔 한파를 막지 못했고, 여름엔 폭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일한 만큼 임금을 달라"…돌아온 건 '해고'

"일한 만큼 임금을 달라"

이 상식적인 말을 꺼낸 모나 씨는 결국 농장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두 달 안에 새 일터를 구하지 못하면 불법 체류자로 내몰릴 처지입니다.

다수의 이주 노동자가 근무하는 제조업에 비해 농업은 근로 감독의 사각지대로 꼽힙니다. 농장이 주로 외진 곳에 있고,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도 5명 정도라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조직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추가 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관할 노동청에 신고해도 농장주가 8시 밖에 일을 안 시켰다고 우기면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습니다. 농장에는 출입 기록대장이나 그 흔한 CCTV도 없기 때문입니다. 근로자가 매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는지 따로 기록해 둬도 농장주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농림·축산·양잠·수산 사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휴일 규정에 적용받지 않습니다. 모나 씨가 한 달에 262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을 일한 이유기도 합니다.

■ 농립어업 종사 이주 노동자 4만 9천 명…근로 감독 '사각지대'


인터뷰가 끝나고 모나 씨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신 데 대해 '노동자의 이름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농림과 어업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018년 5월 기준 4만 9천 5백여 명 입니다.

수많은 모나들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