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과도” VS “명예 회복”…민주유공자법 논란 왜?_아, 얼마나 벌어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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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9개월째 농성 중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의 천막 농성장을 방문, 유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민주화에 기여한 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지원하는 법, 이른바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에 처음 발의된 지 22년 만이자, 최근 발의된 법안 기준으로 2년 만의 '재점화'입니다.

민주유공자법은 김대중 정부 때인 16대 국회(2000년 당시 이훈평 새천년민주당 의원 발의)부터 수차례 제안됐지만 여러 논쟁에 휘말려 끝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근래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9월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운동권 셀프 특혜' 비판에 직면해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법안 재추진 의사를 밝힌 민주당은 '정당한 예우'이자 '우리 민주화 역사의 남은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운동권 신분 세습법'이라고 비판합니다. 민주유공자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취업 시 가산점' '주택 우선 공급' ... 특혜 논란

민주유공자법(우원식안)의 골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중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및 유가족(자녀·부모·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취업·의료 등 지원에 나서고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민주유공자법 입법 취지를 기타 유공자법과 비교한 도표. (사진 출처=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 캡처)
쟁점은 '지원 수준의 특혜 여부'입니다. 특히 '취업 시 가산점 부여' '주택 우선 공급'이 논란입니다.

법안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학교, 공기업 및 사기업, 공·사 단체' 등의 채용 시험에 응시할 경우 만점의 5~10%를 가산점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공정 감수성'을 건드리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10% 가산점 대상자: '민주화운동 부상자' '민주화운동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의 배우자' '민주화운동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의 자녀'
- 5% 가산점 대상자: '민주화운동 부상자의 배우자' '민주화운동 부상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해등급 이상으로 판정된 사람의 자녀'

여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대판 음서제 아닌가", "군 가산점도 못 주게 했으면서 가산점 10%가 웬 말이냐", "내 자식들 임용고시 볼 때마다 유공자 가산점에서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같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법안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법안에 대한 오해라고 반박합니다. 첫째, 실제 수혜자는 극소수이고, 둘째,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은 채용 정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셋째, 다른 유공자법에도 유사하게 있는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남주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공자 자녀들도 나이가 어느 정도 차서 (취업 지원) 대상자가 얼마 안 된다. 1% 미만으로 추정한다"며 "그래서 이 제도가 너무 과하다고 얘기하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법은 또 '장기 저리(低利) 대부' 대상자(민주유공자, 민주유공자의 유족 중 1명)에게 공영·민영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재정,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건설·공급되는 주택을 '무주택 기간'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우선 공급할 수 있다.
- 민영 주택 사업 주체는 건설·공급량의 일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다.

전·월세난에 집값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반 가정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 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이는 유공자에 한정한 1회 보상이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지속적 보상이다. 사회에 기여한 분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하는 건 맞지만, 그것도 그 사람에게 그치는 게 마땅하다"며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각자의 책임과 공헌에 대한 보답이라는 사회적 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5·18이나 국가·독립유공자법 같은 일반 유공자법의 체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법에만 특별히 지정한 게 아니다"라며 "민주유공자법이 특혜라고 해서 지원 조항들을 만약 삭제한다면, 유공자들도 계급을 나누는 셈이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2020년 11월 당시 해당 법을 검토한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기본적으로 5·18민주유공자예우법과 동일한 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따라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 지원, 그 밖의 지원도 지원 체계, 규모 및 방식 등에 있어 동일하게 규정돼 있는 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습니다.

■ "중복 지원 불합리" VS "공동체 발전 기여"

중복지원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이미 금전 보상을 했는데, 각종 혜택을 추가하는 것'이란 겁니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유공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심의·결정된 사람 중 사망·행불·부상자입니다. 당사자는 829명(사망·행불자 136명, 부상자 693명), 유가족은 3,233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민보상법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호선 교수는 "국가가 줄 수 있는 것은 유공자 본인에 대한 보상이고, 유가족 등 자녀들은 그분의 가족이라는 '명예'를 갖게 되는 것"이라며 해당 법은 "정의 관념에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남주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헌법 개정' '제도 변화' 면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다. 그들의 희생을 통해 혜택은 받아놓고서 공은 평가를 안 하고 인색하게 굴고 있었다"며 " 민주유공자법을 문제 삼으려면 '혜택이 과도하다'고 하기 전에, 민주화 운동가들이 과연 '우리 공동체에 기여를 했느냐 안 했느냐'부터 따져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5주기 추모식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와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함께 찍힌 사진이 추모비 위에 세워져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문제 조항 수정' 내건 민주당, 법사위 관문 뚫을까?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 입법 혜택을 당사자 자녀가 얻을 가능성이 높다. 셀프 특혜"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혜택이 아닌 명예 회복 관점에서 봐달라'며 문제가 된 조항을 수정해서라도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가 '1차 관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오는 9월 정기국회의 민주유공자법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