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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을 경찰이 수사한 사건은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이첩된 '첩보 문건'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이 이 첩보 문건인 셈입니다.

누가 만든 것인지, 또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통상적이고 정상적으로 이첩했는 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찰이 주요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담긴 첩보 문건에 대한 수사결과도 일부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청와대의 해명과 검찰 수사 결과를 비교해 이 문건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진정서'를 '비리 의혹'으로…내용 임의 변경"

KBS가 취재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총리실의 문 모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9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진정서(울산시)'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을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문 모 행정관은 이 문서 파일을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만들었는데요. 보고서 제목은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고 달았습니다.

진정서에 '청와대 진정사건(2017년 9월 초)'이라고 돼있던 소제목은 '지역 토착 업체와의 유착 의혹'으로 바꿨습니다.

또,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회계과 중심 비리'를 '비서실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해 전횡'으로, '비서실장이 000과 골프를 치고 일주일 뒤 000 승진'은 '비서실장이 000에게 골프 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 일주일 뒤 000 승진'이라고 바꿨습니다.

골프를 치고 승진했다는 기술을 골프 접대와 금품 수수로 추가해 내용을 수정한 겁니다.

특히 '가급적 지역 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요청'이라는 대목은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로 변경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은 울산의 한 아파트 공사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진정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내용이 첩보 보고서에는 새롭게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진정서에는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데 첩보서에는 '수사팀이 최초 수사에 의지가 없다가 고소인이 반발하자 수사 적극성 보인다'라고 돼 있습니다.

또, '레미콘업체 대표, ○○○○○ 아파트 공사현장 소장 등을 통하면 의혹 확인이 가능하다'는 첩보서의 내용도 진정서엔 없는 내용이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에 "범죄첩보서를 작성하면서 진정서에 있는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단순한 소문을 기정사실로 단정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피고인(문 모 행정관)은 송병기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정보를 가공하여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첩보서를 직접 생산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윗분들 보기 좋게 정리"…靑, 요약하고 일부 편집만 확인

지난해 12월 4일,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제보 문건 이첩 경과에 대해 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이 조사한 내용을 말씀드리겠다"며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고 대변인은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 요약 정리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제보를 받은 상황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2017년 10월 경, 문 모 행정관이 스마트폰 SNS를 통해 제보를 받았고 SNS메지시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고 대변인은 "외부 메일망에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제보 내용을 정리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추가한 비위사실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강욱 공직비서관도 "본인(문 모 행정관)이 윗분들 보기 좋게 정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니 그 분야에 익숙해서 하던대로 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최 비서관은 제보와 이첩한 보고서를 모두 확인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제출돼야 할 증거인 만큼, 그 과정에서 (관련 의혹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의혹은 이어졌고, 이번엔 윤도한 소통수석이 나섰습니다.

제보에 없던 내용을 첩보에 추가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누가 이런 거짓 주장을 퍼뜨리고 있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윤 수석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대로 청와대 행정관은 제보 내용을 요약 정리했을 뿐 추가로 김기현 시장의 비리 의혹을 덧붙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0여일 뒤에 이뤄진 또 다른 의혹 보도엔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조작 보도다, 근거를 제시하고 보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보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첩보 문건의 내용과 그동안 청와대의 해명은 정면 배치됩니다. 추가한 내용이 없고 일부 표현만 수정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비교하면 검찰 공소장에 나온 첩보 보고서의 제목과 내용은 꽤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두 문서를 모두 확인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검찰의 수사 결과는 누가 봐도 크게 달라 보입니다.

물론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은 법원 판결로 확정된 내용은 아닙니다. 재판 결과에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내려진 검찰의 수사 결과가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근거를 제시하고 보도하고, 근거가 없으면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보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첩보 문건 의혹에 윤도한 수석이 했던 말입니다. 다만, 이렇게 말했던 청와대는 수사 결과에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