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은 북한과 무관”하다던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지금은? [탐사K][공판조서 단독 입수] _추가 공간을 가지고 있는 넓은 슬롯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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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행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후보자는 대북 강경 입장과 우파적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는 사뭇 달랐습니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88년 3월 6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을 확정받았습니다.

당시 김 후보자는 1984년 '도서출판 녹두'를 설립해 진보적인 내용의 각종 간행물을 출판하는 등 소장파 진보 지식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후 1987년 4월 발간한 무크지 '녹두서평 1호'에 제주 4.3 사건을 다룬 서사시 '한라산'(시인 이산하 작) 등 작품을 게재했는데 해당 서적이 이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구속기소돼 처벌받았습니다.

■ '녹두서평 한라산' 필화 사건 공판조서 단독 입수…김영호 " 제주 4.3은 외세 반대하는 민족적 대항"

취재진은 '한라산'을 쓴 이산하 시인(본명 이상백)의 재판 기록 가운데 김영호 후보자가 증인으로 나섰던 1988년 3월 21일 공판조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해당 공판조서에는 김 후보자가 젊은 시절 갖고 있던 제주 4.3 사건에 대한 견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당시 황교안 검사(후일 국무총리)가 서사시 '한라산'에 대한 견해를 묻자 김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황교안 검사
"피고인(이산하)이 작성하여 온 원고의 내용, 곧 증인이 위 녹두서평1에 게재하여 배포한 장편 연작시 한라산에는 대체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김영호 증인
"제주도 4.3 사건은 우리 민족사에서 밝혀지지 않는 사실로 증인은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런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수없이 학살되었다는 점 그것이 민족의 슬픔이고 아픔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시적 형상을 통해서 민족의 비극을 순화시키고자 하는 입장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후 이 시인 측 변호인의 반대 심문에서 김 후보자는 4.3 사건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먼저 김 후보자는 제주 4.3 사건은 북한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당시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안영도 변호사
"공소장 11장 상단에 "..이를 진압한 정부의 조치..." 운운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당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이지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안영도 변호사
"그리고 정부라는 실체가 있었다면 그것은 미 군정이었지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안영도 변호사
"그리고 특히 제주도 4.3 사건은 북한 공산집단이 생기기 전의 일이라는데 그런가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안영도 변호사
"그렇다면 위 시는 북한 공산집단과는 무관한 것이 아닌가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4.3 사건 진행 당시 제주도 근해에 소련 잠수함이 출몰한다든가 북쪽으로부터 인민군이 인민무장대에 지원을 하고 있다는 그런 소문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증인은 그러한 소문들을 확인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죤 메릴 교수가 인용한 미 국무성의 대한관계문서인 1969년 정보요약문서에 의하면 "..이러한 소문은 반도의 세력이 수로를 통하여 육지나 북한으로부터 병참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나 그 보도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없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주도 4.3 사건은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이며 또한 북한과는 어떤 관계도 없는 것으로 증인은 생각합니다."

김 후보자는 특히 제주 4.3 사건은 이데올로기적인 저항이 아니라 민족적인 저항이라는 학문적 입장도 있다며 특히 서북청년단의 탄압이 사건 발생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견해를 피력합니다.

안영도 변호사
"'잠들지 않는 남도'라는 책의 71장을 보면 미국의 죤 메릴 교수는 제주도 4.3 사태는 처음부터 남노당에 의하여 계획된 것은 아니고 자연발생적인 사건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이와 같은 견해를 취하는 분들도 있나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제주도 4.3 사건을 유일하게 다룬 사람은 죤 메릴 교수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증인으로서도 제주도 4.3 사건의 주동자들은 제주도에 있던 국민학교 교사 등이 그 다수를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관한 것들은 좀 더 깊은 연구를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안영도 변호사
"제주도 4.3 사태를 미군정이 남한만의 단정을 수립하려는데 대한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견해도 있다는데 구체적으로 그런 견해를 취하는 국내의 학자들은 누구인가요?"

김영호 증인
"위와 같은 견해를 취하는 대표적인 견해로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김학준 교수의 견해가 위와 같은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김학준 교수는 제주도 4.3 사건의 한 측면을 적어도 5.10 남한 단독 선거를 통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 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도 4.3 사건으로 인하여 제주도에서 1948.5.10. 실시되었던 선거는 3개의 선거구중 2개의 선거구에서는 선거를 실시하지 못했다가 그 이듬해인 1949년 중순경에 재선거를 실시했던 것으로 증인은 알고 있습니다."

안영도 변호사
"그러니까 그런 견해는 제주도 4.3사건을 이데올로기적인 저항이 아니라 민족적인 저항으로 본다는 그런 말인가요?"

김영호 증인
"예 그렇습니다."

<중략>

안영도 변호사
"기존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서북청년단체들에 의한 제주도민에 대한 폭압적 탄압이 제주도 4.3 사건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는데 그런가요?"

김영호 증인
"증인은 위와 같이 보는 견해도 타당성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당시 제주도에 파견되었던 서북청년단의 정확한 인원수는 김정권 선생의 저서인 "한국전쟁과 남노당 전략"에서 770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시 서북청년단의 제주도민에 대한 극한적인 탄압이 적어도 제주도 4.3 사건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의 하나였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자는 제주 4.3 사건은 외세에 반대하는 민족적 대항이라는 견해를 내놓습니다.

■ 4.3에 대한 입장 찾을 수 없어…대안 교과서에는 "남로당 무장반란"

김영호 후보자는 다양한 저술과 유튜브 활동을 통해 한반도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제주 4.3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김 후보자가 교과서포럼 집필진으로 참여한 2008년 3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는 4.3 사건이 "남로당에 의한 무장 반란"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북한 김일성과 연관성이 있다고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적의 견해가 김 후보자의 입장과 동일한 것이라면 제주 4.3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매우 극적으로 뒤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은 1997년에 이르러서야 관련 특별법 제정에 따라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이 시작됐습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습니다.

2014년에는 '4.3 희생자 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자 신분이던 2022년 4월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주 4.3사건은 여전히 민감한 주제입니다.

때때로 이념적,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13일 태영호 국민의힘 당시 최고위원은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거센 비판이 일었지만 태 의원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발언이 "국민통합을 저해했다"고 판단했고, 해당 발언과 공천 관련 녹취 유출 등 사유로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것이라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도 35년 전 그대로일까요?

아니면 함께 집필한 대안교과서 기술과 같이 견해를 바꿨을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김영호 후보자에게 제주 4.3 사건에 대한 현재의 견해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는데, 김 후보자 측은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문회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겠다"고만 전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