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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사업장에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계란이 투척된 모습(지난 9월)
■가해자 목격담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술렁'

두 달 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교사가 숨진 직후 악성 민원 가해자로 지목된 몇몇 학부모의 사업장에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비난 메시지와 함께 계란이 투척되는 등 이른바 '사적 제재'로 공분을 표출하는 일이 이어졌는데요. 이번엔 당시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이 대전의 다른 동네로 이사한 것이 목격됐다는 소식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면서 주말 내내 뜨거운 화제가 됐습니다.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출처: 네이버 카페]
■전학한 학교 등 개인 정보 공개

지난 4일,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00초 000 집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해당 주민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지역 내 초등학교에 악성 민원 가해자로 지목받은 학부모의 자녀가 전학을 왔고 학원은 일주일 전부터 다니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간식을 사 들고 와 다 같이 먹으라고 했다면서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교사의 자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자식은 소중하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또 "동네 일원으로 받아줘라, 갑질하면 같은 사람 된다는 분은 기사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봤냐, 사람이 할 짓이라고 생각하냐"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어 해당 학부모의 자녀에 대해 "친구 목 조른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처럼 말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일주일 차 학원 생활에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결국, 해당 학생과 학부모를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으로 학교에 전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게시글을 본 다른 주민들도 원치 않는 소식이라며 대체로 동조의 뜻이 담긴 댓글을 남겼고 일부는 거주 반대 현수막이라도 제작해 걸어야 한다며 다소 과격한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가해자 신상 공개도 "2차 가해"…. 이성적 대처 요구 목소리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작고하신 선생님의 삶과 가정에 피해를 줄 권리가 없었듯이 우리 역시 그들의 삶과 가정에 피해를 줄 권리는 없다"며 마녀사냥 식으로 흐르는 여론을 견제하고 이성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전학 온 학생의 신상을 일일이 알기도 힘들뿐더러 배정받은 학생을 거부할 권한 역시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불거진 신상 공개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확산된 논란에 월요일 아침부터 관련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는 후속조치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습니다.

특히나 전학생을 받은 반 담임과 학생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일까요? 전학 온 학생의 학습권도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고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와 학교의 역할이지만 여전히 학생 생활 지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교사들에겐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사업장에 붙은 비난 글 (지난 9월)
앞서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년 차 교사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다 학부모 2명으로부터 '자녀가 부당 대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4년 간 16차례나 반복적인 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까지 당해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다 지난 9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 참여 이후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습니다.

숨진 교사가 생전에 교사 노조에 남긴 피해 진술과 교육청 진상 조사를 바탕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지목된 학부모들에 대한 수사 의뢰와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아직 숨진 교사에 대한 순직 처리나 관리자 징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가해 학부모 신상에 관한 '사적 제재'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지면서 일부 시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