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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아날로그 방식의 셀룰러 서비스가 서울과 안양 수원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서 첫 선을 보인 지 23년만에 휴대전화 감청이 법제화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은 수사기관에 대한 휴대전화 감청 허용과 인터넷 이용자의 이용 기록 보관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치외법권'이었던 휴대전화가 가입자 4천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첨단 범죄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감청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바일과 온라인 등 통신을 통한 개인의 생활이 합법 감청의 대상이 된다. 그동안 휴대전화는 이론상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지만, 2005년 7월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 수사로 휴대전화도 도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불법 감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수사기관의 감시 체제에 개인의 사생활이 무차별 노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법 제정 전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휴대전화 감청장비 설치 의무화 = 개정안 15조 2의 2항 등은 사업자가 휴대전화의 경우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인터넷은 4년 안에 감청 장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이를 어기면 최대 1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해마다 물도록 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법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2009년 말까지 감청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개정안은 또 모든 전기통신사업자 등에게 통신자료 보관을 의무화했다. 현행 통비법은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 의무 조항을 두면서 통신 자료 보관과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통신ㆍ포털 업체들은 통화 내용과 인터넷 이용 기록(로그 기록 등)을 1년 동안 보관해야 하고 수사 기관은 필요할 때마다 열람할 수 있다. GPS를 활용한 위치정보도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추가됐다. 개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사이트에 접속해 무엇을 했는지는 물론 다른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어디로 이동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등을 모두 수사 기관이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 첨단 범죄 대비 `궁여지책' = 국회 법사위가 논란의 여지를 무릅쓰고 통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는 유선전화 감청만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이 첨단 범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휴대전화와 메신저, 첨단 기기 등을 통한 범죄의 통신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도 수사 기관은 유선 전화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에만 매달려 범죄의 단서를 추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휴대전화 감청 허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수사 일선에서는 감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현행 통비법이 테러와 유괴, 마약 범죄로 감청 대상 범죄를 한정했지만, 개정안은 산업스파이, 기업 비밀 유출 범죄 등도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도록 허용해 폭을 넓혔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테러, 국제범죄 조직 등이 사용하는 첨단 통신매체는 법원의 감청승인이나 허가를 받아도 감청이 불가능한 실정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 남용 우려…감청 방지 기술 이미 나와 = 개정안은 2005년 이후 상정된 7개의 개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합해 법사위가 만든 대안이다. 올 3월초 법사위에 안이 상정됐을 때 시민단체에서는 논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자칫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처럼 수사기관이 감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의견서에서 "전체적으로 통신 비밀과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통제를 강화해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 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불법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증거사용 금지나 범죄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양벌 규정의 도입 등 부분적으로 통신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보호보다는 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법이 제정되면 지켜야한다는 원칙적입 입장이지만 내심 가입자들이 감청에 불안감을 느끼고 휴대전화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 때 일부 통신업체가 도청 방지 기능을 갖춘 `비화(秘話)폰'을 개발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것처럼, 감청 방지 기술이 쏟아져 나오면 감청 합법화가 얼마나 수사에 도움이 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