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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탄 차를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했다는 이른바 '금오도 살인 사건'의 최종 결론이 오늘(24일) 나왔습니다.

남편 박 모(52) 씨의 살인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박 씨가 고의로 범행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2018년 마지막 날, 금오도에서 일어난 참변

사건은 2018년의 마지막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혼 3주차였던 신혼부부 박 씨와 아내 김 모(47)씨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12월 31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를 찾았습니다.

그날 밤 10시쯤 금오도 선착장에서 승용차를 대고 서 있던 부부. 운전을 맡은 남편 박 씨는 민박집으로 돌아가자며 후진을 했고 그 과정에서 추락방지용 난간에 차량이 부딪쳤습니다.

박 씨는 사고 난 부분을 확인한다며 차에 아내를 두고 혼자 내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어가 중립 상태에 있던 승용차가 선착장 방파제의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다 결국 바다에 빠졌습니다.

차 안에 타고 있던 아내 김 씨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숨졌습니다.

■ "고의로 아내 살해" 검찰, 남편에게 사형 구형

검찰은 박 씨가 고의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판단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당시 박 씨가 억대의 채무를 지고, 동생에게 생활비를 받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는 점에 검찰은 특히 주목했습니다.

박 씨와 김 씨가 혼인신고를 한 날은 사고가 일어나기 21일 전인 12월 10일이었습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박 씨는 결혼 전후 김 씨에게 여러 보험에 가입하게 했는데요, 대부분 김 씨가 사망 시 박 씨가 돈을 받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보험 규정에 따라 아내가 사망했을 때 박 씨가 받게 되는 금액은 17억 원에 가까웠습니다.

그 뒤 피해자를 데리고 금오도 선착장에 간 박 씨가 경사면에 세워둔 차량 기어를 중립상태에 둔 뒤 혼자 밖으로 나와 차를 바다에 밀어버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아 아내를 익사시켰다고 검찰은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검찰의 논리에 대해 박 씨 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습니다. 난간과 부딪쳐 당황한 상태에서 실수로 차량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차에서 내렸고, 사고 뒤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쳐갔지만, 승용차가 앞으로 떠밀려가는 바람에 구조에 실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1심 "죄질 극히 불량".. 무기징역 선고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의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의 강력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박 씨가 김 씨에게 접근해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자신이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사고를 위장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판시했습니다.

판결문에는 해당 사건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강한 어조의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1심은 박 씨가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편취를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이용하였고, 새로운 행복한 가정의 시작을 꿈꾸었던 피해자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으며, 한겨울 밤 피해자를 극심한 고통 속에 익사하게 하였다고 판시했습니다.

심지어 사형을 선고한 검사의 주장도 경청할 여지가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사형은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2심, 살인 혐의 무죄.."살인 증거 없다"

하지만 이 같은 1심 판결은 2심에서 모두 뒤집혔습니다. 2심은 박 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박 씨가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먼저 현장검증 결과 박 씨가 밀지 않아도 차 안에 있던 김 씨의 움직임에 따라 차가 굴러 내려갈 수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또 박 씨가 의도적으로 살인하려고 했다면 김 씨가 탈출이 어렵게 계획을 세웠을 테지만, 당시 승용차의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조 시도 여부에 대해서도 추운 겨울·이끼가 덮인 선착장의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2심 판단이었습니다.

다수 보험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도 살인의 직접적인 동기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야간에 위험한 곳에 차량을 정차한 박 씨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기어를 중립상태로 둔 채 차량에서 내려 바다에 추락하게 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 대법원 "의심 없이 확실한 증거 없이는 유죄 인정 어려워"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 2부는 사고 당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살인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피해자의 사망이 박 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고,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