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고려선박 적재품은 개인 식읍 수입” _판사는 한 달에 얼마를 벌어요_krvip

“침몰 고려선박 적재품은 개인 식읍 수입” _빨리 내기해_krvip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 해저 침몰 고려시대 선박에서 인양한 각종 물품은 개경에 기반을 둔 당시 권력자가 해남을 비롯한 지금의 호남 지방에 소유한 개인의 식읍(食邑)에서 거두어 들인 일종의 세금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이들 물품과 함께 64점이 출토된 목간(木簡)과 죽간(竹簡)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고문서학 전공인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기획사업단 연구기획팀장은 이번에 발굴된 죽간 6점에 보이는 "대장군 김순영댁상 전출 조 일석"(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을 비롯해 죽ㆍ목간에 등장하는 '전출'(田出)이란 말은 단순히 논이나 밭에서 난 소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왕족이나 공신(功臣) 등에게 해당 지역에 대한 독점적 세금 징수권을 준 지역인 식읍에서 거두어 들인 공납을 의미한다고 5일 말했다. 안 팀장은 나아가 "'전출'이라는 말은 고려시대 이래 조선시대 고문서는 물론이고, 명나라 법전을 토대로 조선 초기에 만든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라는 법률서에도 자주 보이는 이 시대 숙어로서, 일제시대 이후 요즘 한국사회에 통용되는 소작료 정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출'이란 말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개창한 몇달 뒤인 1392년 8월에 큰아들 진안군(鎭安郡) 이방우(李芳雨)에게 삭방도(朔方道), 즉, 지금의 함경도 지역 땅을 나눠주면서 그 내용을 기록한 재산분할 문서인 분재기(分財記)에도 보인다. 한국 경제사 전공인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는 이미 지난 91년 이 문서를 분석한 '태조사급방우토지문서 고'(太祖賜給芳雨土地文書考)라는 논문('고문서연구' 창간호 수록)에서 '전출'이 주인의 토지를 경작하는 사람들이 실제 토지 주인에게 소출 중 일정 부분을 받친 수입이라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안 팀장은 나아가 '○○○택상'(宅上)이라는 말도 "○○○ 댁에 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 댁에 해당하는(관련있는)", 혹은 "○○○ 댁에서 쓰야 할" 정도를 의미하는 고문서 특유의 표현이며, 그러한 사례는 조선시대 고문서에서 "院上"(서원에 해당하는)ㆍ"校上"(항교에 해당하는)ㆍ"官上"(관아에 해당하는)과 같은 표현으로 흔히 보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마도 해저 죽간에 보이는 "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이라는 말은 해양연구소가 발표한 것처럼 "대장군 김순영 댁에 전출 벼 1섬을 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대장군 김순영 댁에 해당하는 식읍의 소작료 벼 1섬" 정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사 전공인 국민대 박종기 교수는 이번 죽ㆍ목간에 무신정권 때 권력자 중 한 명인 대장군 김순영이 죽산현(竹山縣.해남), 회진현(會津縣.나주), 수령현(遂寧縣.장흥) 등지에서 '전출'한 점을 주시하면서 "무신정권 때 권력자들이 호남이나 충청도, 그리고 경남 등지에 식읍을 집중적으로 나눠 가진 사실을 기록이나 고문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씨정권의 최고 실력자인 최이만 해도 지금의 경남 진주 전체를 식읍으로 소유하고 그 지역에서 나는 수입을 독점했다. 박 교수는 "현재 송광사가 소장한 13세기 초반의 고려시대 문서인 '국사당시대중급유지비'(國師當時大衆及維持費)를 분석하면, 당시 무신정권 권력자들이 호남지역 중에서도 향ㆍ소ㆍ부곡을 식읍으로 나눠 가진 사실이 드러난다"면서 "결국 이런 식읍은 국가의 토지 지배력이 미치지 못한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 교수는 이번 죽ㆍ목간은 이와 같은 당시 권력자들의 토지 침탈 현황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고문서 자료"라고 평가했다. 안승준 팀장은 "이런 죽ㆍ목간뿐만 아니라 최근 출현한 신라 중성리비를 비롯한 고대 금석문 자료 또한 고문서학적인 접근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