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권력 1순위” 박관천이 밝힌 발언 배경은?_포커 플레이어들이 더 빨리 은퇴한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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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박관천 전 경정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년 검찰조사에서 한 발언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박관천 전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2015년 검찰 조사에서 당시 자신을 조사한 검사와 수사관에게 했던 말이다. 발언이 소개된 지 2년. 의문이 남는다. 박 전 경정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기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박관천 전 경정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복역했던 그는 당시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였다.

겨우내 박 전 경정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듭되는 전화와 문자에 그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모두 다 이야기할 날이 올 것 같다'는 메시지만을 남겼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그는 출석하지 않았다.

한동안 소식이 끊긴 박 전 경정과 다시 연락이 닿은 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지난달 10일이었다. 다만 그는 3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고 했다. 2주가 지나고 나서 마침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권력 순위 발언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

지난달 27일 박관천 전 경정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었다. 박 전 경정과의 인터뷰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에서 권력 순위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 밝히고 있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거절하다가 응했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이번 사태를 흥미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고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권력 순위 발언이 회자됐다. 그 발언은 어떻게 나왔나.
"당시 나를 조사하던 검사가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정윤회 씨나 '문고리 3인방'이 잠잠해질 테니 이제 국정운영이 잘 되지 않겠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정윤회 씨도 문제지만 최순실 씨가 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최순실 씨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권력 서열을 이야기하게 됐다."

-굳이 최순실 씨를 언급한 이유가 있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으로 볼 때 '박관천이 조사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면 당연히 그 발언은 민정수석실 통해 VIP(대통령)한테 보고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도 이 사람들을 경계할 거고, 그러면 국정농단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순실 씨가 권력 1순위였다고 본 이유는?
"내가 확인한 정보는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개입한다. 신뢰를 받고 있고 소위 말하는 측근이기 때문에 주위에 불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다'였다. 그런데 당시 정윤회 씨보다는 최순실 씨가 더 무리수가 많다는 걸 여러 군데 정보원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
(박관천 전 경정은 자신이 확인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기춘 “시키지도 않은 일” vs 박관천 “위증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해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응천 전 비서관이 이미 조사를 마치고 저에게 보고서를 먼저 갖고 왔는데 내 거취에 관한 것이라 묵살했다"고 말했다. 박 전 경정은 김 전 실장이 출석한 당시 청문회를 여러 차례 봤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청문회에서 '정윤회 문건'은 자신이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명백한 위증이다. 그 보고서는 수정을 여러 번 했다. 최종 보고서로 수정하는 데만 7~8번의 작업을 거쳤다. 내용 자체가 대통령 측근에 대한 아주 민감한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시도 없이 올렸겠나."


-보고서를 여러번 수정했다고 했는데 누구의 지시로 수정했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보고서를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임의로 수정을 지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 전 비서관 혼자서 몇 번을 그렇게 지시할 수는 없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지시받았던 내용이다."

-김 전 실장에게도 보고됐다는 말인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분명히 보고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대통령한테까지 보고됐는지는 내 선에서 확인할 수 없다. 최종 보고서를 올린 이후엔 별도의 세밀한 지시가 없었다. 보고서를 올리고 3주 정도 지나서 갑자기 인사발령이 나버렸다."

(이와 관련해 박 전 경정은 지난달 말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떠날 때를 회상하며 "할배(김기춘)가 니 나가란다, 할매(박근혜) 지시란다'란 말을 들었다면서 "참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 민정수석실 본연의 기능 상실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박 전 경정에게 물었다. 그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인용해 말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정윤회 문건 파동'이라는 전조가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권 초기부터 민정수석실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관천 전 경정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을 관리하는 팀이 있다고 들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현 정부 들어서 내 기억에 2013년 3, 4월쯤에 친인척 관리팀이 사라졌다. 물론 조응천 비서관의 특명으로 잠시나마 내가 그 업무를 맡기도 했지만, 전보다 견제 기능이 약화됐다. 그러다가 내가 문건을 올린 이후 내쳐졌고, 결국 '워치독'(감시) 기능이 상실됐다."

박 전 경정은 현재 3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경찰청에도 징계조치에 대해 소청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는 22년간 근무한 경찰 조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