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탄광 힘든 곳 배치”…日지자체 ‘방송 삭제’ 요구_스트랜딩 세이브 고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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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일제 강점기 징용에 관해 언급한 방송 내용을 방송사 데이터베이스(DB)에서 삭제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경시한다는 지적을 샀습니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은 규슈아사히(九州朝日)방송이 현의 위탁을 받아 제작·방송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과거 방송 내용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때 조선인 징용 등에 관해 언급한 부분을 빼 줄 것을 요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오늘(21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배우 나카니시 가즈히사(中西和久)가 지난해 8월 방송에서 2차 대전 중 포로가 돼 후쿠오카현 미즈마키마치(水卷町) 탄광에서 노역한 네덜란드인과 마을 주민이 교류한 내용을 다루면서 작가 하야시 에이다이(林えいだい)의 저서를 일부 인용하자 후쿠오카현이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방송에서 나카니시는 "지쿠호(筑豊·후쿠오카현 내륙부)에는 조선인, 중국인, 전쟁 포로 등 강제 연행된 사람들이 보내져 대(大)탄광에서 노역을 당했다", "일본인 갱부(坑夫)가 우선 안전한 장소를 고르고 강제노동을 하는 그들에게는 가혹한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읽었는데 이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후쿠오카현은 "징용이 정치 쟁점이 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정부의 견해와 어긋나는 방송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이를 지적하는 편지가 1통 왔다"고 밝혔습니다.

후쿠오카현은 이어 비슷한 비판이 또 제기될 수 있다며 올해 1월 나카니시에게 인용한 대목을 삭제·편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나카니시는 "(편지) 한 통의 비판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인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방송사 측도 '방송 내용대로 등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정할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계약서에는 후쿠오카현이 방송 내용의 편집에 관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으며, 결국 방송 내용은 수정 없이 등록됐습니다.

후쿠오카현의 수정 요구는 월권이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로 여겨지는 것은 물론, 전쟁 중 벌어진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려고 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후쿠오카현은 이에 대해 "방송은 현의 홍보 활동에 관한 것이며, 나카니시의 의견을 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사의 지적도 있어서 그대로 등록하게 했다"고 반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