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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동안 수십 차례 기자간담회를 하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에 직접 등장한 사례가 드문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평소 청와대 참모들과 나눈,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이 소개됐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강민석 전 대변인의 신간 <승부사 문재인>을 통해서입니다.

■ “깽판 쳐서” “김밥 옆구리 터지듯이”…생생한 문 대통령의 발언

강 전 대변인은 책에서 청와대 생활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빨리빨리’였다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쾌도난마 스타일인데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마치 ‘만만디’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강민석 著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 중 -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보인 직설적인 감정 표현도 공개됐습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부족으로 혼란이 이어질 때 문 대통령은 “정말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나는 거지요.”, “마스크는 100% 우리 문제 아녜요! 왜 아무도 안 합니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게 강 전 대변인의 기록입니다.

참모들을 향한 강도 높은 질책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회의 도중 참모들을 향해 이런 말을 하는 날도 있었다. “뉴스를 안 보시던데, 현장을 못 보면 뉴스라도 보세요.”
- 강민석 著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 중 -

이를 두고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재벌 기업 회장이 회사 임원들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강 전 대변인은 적었습니다.

강 전 대변인은 나아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상인의 직설’과 ‘서민의 비유’로 나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상인의 직설>
“한 번도 야물딱지게 한 적이 없다.” (정책현안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주문하며)
“말아먹을 일 있습니까.” (대책이 엉성해서 일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그 사이에는 그럼 손가락 빨고 살아?” (대책이 너무 늦게 효과를 볼 것이라 우려하며)
“몇 명이 깽판 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 폭증하자)

<서민의 비유>
“질본(질병관리본부)이 허탈하겠어. 김밥 옆구리 터지듯이 터져버렸으니.” (신천지 사태로 학진자 늘어나자 질본을 걱정하며)
“수도꼭지 틀면 물 나오듯이 하면 안 된다.” (정부의 서비스나 후견이 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 강민석 著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 중 -

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편한 군대 없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바로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서 모 군의 카투사 군 복무 시절 ‘탈영 논란’이 일었을 때의 발언이었습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판한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 목차.
■ 전 국민 재난지원금 두고…김상조 정책실장 ‘침대 축구’ 하며 버텼다 소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의 열띤 토론 과정도 공개했습니다.

지난 해 3월 25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놓고 문 대통령이 관련 수석비서관급 이상 오찬 회의를 소집한 날. 회의가 끝난 뒤 결론이 어떻게 났느냐는 강 전 대변인의 질문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에 반대 입장이던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회의에는 참석 멤버가 아니었다. 오찬이 끝난 뒤 오후 청와대 경내 휴게실에서 김상조 정책실장과 마주쳤다.
“실장님 결론이 어떻게 났습니까.”
“결론 안 났습니다. 휴, 제가 ‘침대 축구’를 좀 했습니다.”
- 강민석 著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 중 -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확진된 유튜버가 치료시설에서 주는 음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금 밥이 맛이 있냐 없냐라니, 한심할 정도네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n번방 사건’ 범인들이 미성년자 몸에 노예 문신까지 새겼다는 보도에 문 대통령은 “이게 도대체…. 참… 진짜 비열합니다. 세상에….”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고 강 전 대변인은 기록했습니다.

〈승부사 문재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 어제(1일) 서울 종로구.
■ 靑 “책 내용은 저자의 책임”…불편한 기류도

강 전 대변인의 출판 소식이 알려진 직후 어제(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책에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설사 그 책을 읽어봤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답할 수 없음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 구체적인 내용의 사실 여부나 의미에 대해서는 저자께서 가장 정확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불편한 기류도 감지됩니다. 청와대에서 요직을 지낸 공직자가 해당 대통령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대통령 발언이나 구체적인 정책 과정을 설명하는 책을 출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상도의에 맞지 않는 일”(여권 관계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의지를 피력한 대목과 지난해 총선 전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일) 공개된 가편집본을 보면 문 대통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당시 “개인적으로 아프다. 정말로 인생무상, 허망하다”며 “(피해자에게) 목숨으로 책임진 건데 조문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또 지난해 총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김상조 당시 정책실장과 이호승 당시 경제수석 등에게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고 당부했다고 소개됐습니다. 당장 야당은 문 대통령의 ‘정치경제’ 발언이 선거 개입 소지가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2일) 기자들과 만나 “강민석 전 대변인의 저서 <승부사 문재인>과 관련해서 거기 담긴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가 쓴 것이고, 또 저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청와대에서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말씀드릴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강 전 대변인 “대통령께 부담이라 생각했으면 책 자체를 안 썼을 것”

강 전 대변인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습니다. 어제(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실을 ‘착시’가 아닌 ‘직시’하자는 과점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또 책 집필과 관련해 “대통령이 ‘(책 집필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줘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강 전 대변인은 KBS와의 통화에서 ‘박원순 조문’과 ‘정치경제’ 발언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출판사에 보낸 최종본에는 해당 내용을 뺐는데 기자간담회에서는 그 직전 가편집본이 공개돼 유감”이라며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고, 현장에 온 기자들은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 내용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으면 책 자체를 안 썼을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도 중간 점검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출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